Day 5.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달어스 #한달자기발견 #30일글쓰기 #월터의상상은현실이된다

by 문사모

나에겐 진한 여운으로 남은 한 편의 영화가 있다. 제목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월터'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과 '상상'이라는 단어가 만나 '유쾌한 판타지물'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왠걸 이 영화는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직장인의 이야기였다.



(이제부터 스포주의) 월터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사진 현상 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원이다. 그에겐 특별한 취미 활동이 있는데 바로 '상상 멍때리기'. 눈 앞에서 '당신은 정리해고 당할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상사에게 사이다 발언을 날려주고, 불이 난 건물로부터 용기 있게 시민들을 구하는 상상을 하는 월터는 사실 굉장히 소심한 인물이다.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일도 모두 상상 속에서만 처리하는 월터. 그러던 그에게 위기가 닥쳤다. 16년 동안 일했던 회사는 다른 회사로 팔렸으며, 그는 구조조정 대상에 들게 되었고, 업친데 덥친 격으로 마지막 업무인 잡지 표지 사진을 잃어버린 것!



이 정도의 위기가 되어서야 윌터는 상상에서 벗어나 ‘진짜’ 모험을 하기 시작한다. 잃어버린 사진을 찾기 위해 사진작가가 지나온 여정을 되밟으며 특별한 일들을 경험하는 월터. 그 경험들은 소심했던 월터를 점점 용기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해주었고, 마침내 잃어버린 사진까지 찾게 된다! (어떤 사진인지는 영화를 보시길 바란다, 정말 좋은 영화!)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인 월터와 내가 참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지금 처한 환경을 벗어날 용기는 없어 상상 속에서만 머무는 모습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냈던 나에게도 그랬던 시기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어릴 적에 친구 집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는데, 친구 어머님의 '물 마실래? 아니면 주스 줄까?'라는 질문에 눈치를 보며 물을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유는 주스는 물보다 비싸고, 혹여나 주스를 달라는 것이 민폐이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쓸데없는 걱정과 소심함으로 눈치만 보던 나였다.


그랬던 나에게도 월터와 같은 위기가 닥쳤다.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아버지의 사업을 망해 빚더미에 올랐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중학생이 되자마자 급격하게 살이 찌고 얼굴엔 여드름이 생겨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바닥을 쳤다. 한순간에 부모의 돌봄과 재정적인 지원, 아름다운 외모를 잃은 나는 절망했다.



하지만 월터에게 마지막 임무가 남아 있었듯 나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포기하지 않고 막 살 생각하지 말고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의지는 나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게 만들었다.


(또 스포주의) 월터가 사진작가를 찾아 그린란드에 가고 바다에 뛰어들고, 심지어 여행금지국가까지 갔던 것처럼 저는 새로운 삶을 찾아 경남 진해에서 경기도 안양으로 오게 되었고, 포기했던 대학을 다니게 됐으며, 편입 시도와 여러 번의 퇴사를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결과 나는 주스 한 잔 달라고도 말 못했던 소심한 사람에서,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남자에게 용기있게 고백을 하는 당찬 여성이 되었다. (그 남자는 지금 내 남편 ^_^)



내가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이 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이런 치열한 현실 뒤에 열매맺은 아름다운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실패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성공의 경험들. 실패해봤기에 더 절절히 와닿는 기쁨의 순간들.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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