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어스 #한달자기발견 #30일글쓰기
알람으로 시작하는 하루
나의 하루는 6:00, 6:10, 6:20, 6:30 10분 단위로 울려대는 알람 소리로 시작된다. 한 침대를 쓰는 남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고단한 내 몸은 일어나기를 거부한다. 정확한 시간에 맞춰 오는 급행 전철을 타기 위해서는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전투적으로 씻고, 전투적으로 옷을 갈아입고, 전투적으로 집을 나선다. 그렇게 나왔음에도 버스가 늦게 오거나 환승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택시를 탄다. 사람으로 꽉 찬 전철 안. 너도나도 핸드폰에 고개를 들이밀며 거북목이 되어 간다. 한 겨울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실내 탓에 패딩 안은 땀으로 범벅이다. 그럼에도 그냥 가는 시간이 아까워 꾸역꾸역 성경을 읽고 전자책을 본다. 전쟁 같은 아침.
출근만 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한 거죠?
1시간 20분 동안 달려 도착한 사무실. 현재 시간은 오전 8:10이다. 자리를 세팅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오면 다른 분들도 대부분 출근을 완료한다. 8:30부터는 묵상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는 9시에 시작된다. 아침이 분주했기 때문일까 이내 졸음이 몰려온다. 출근하자마자 내린 커피는 비운 지 오래고 졸음을 쫓아내기 위해서는 더 달달한 카페인 음료가 필요하다. 당과 커피로 시작하는 하루. 입사 전엔 말랐던 내 몸에 차곡차곡 지방이 쌓이고 있다.
현타로 시작하는 업무
업무 특성상 커뮤니티 사이트를 뒤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커리어리, 퍼블리, 아웃스탠딩, 폴인, 롱블랙 등. 쏟아지는 콘텐츠를 보고 있자니 현타가 온다. 세상엔 왜 이렇게 멋진 사람, 멋진 회사가 많은 건지... 몇 년째 동결된 월급과 그마저도 최저시급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을 생각하면 그동안 했던 내 노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본이고 투잡, 쓰리잡까지 뛰는 사람도 많다던데, 지금 이 월급으로는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의식의 흐름대로 클래스 101과 크몽 사이트를 뒤져본다. 검색어는 #N잡, #쿠팡부업, #유튜브시작하기 등이다.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음에도 생계를 걱정하는 내 모습, 출근만으로 지쳐가는 내 모습,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퇴근 후에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퇴근 후에도 나는 쉬지 못한다. 소파 위에 느긋하게 누워 TV나 보고 있자니 게으름 대마왕이 된 것 같다. 저녁을 후딱 차려 먹은 다음, 강아지와 산책을 다녀온다. 개운하게 씻고 난 다음에는 아침에 못다 한 전자책을 읽거나 글쓰기 커뮤니티의 미션을 수행한다. 남편과 함께 가정예배도 드리고 개인적인 기도 시간도 가진다. 이제 자려고 누워보니 벌써 12시가 넘은 시각. 내일 출근을 위해 애써 잠을 청해 보지만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지? 무얼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깨부수자
생계를 위해 회사를 다닌다 → 월급만으론 부족하다 → 성장에 대한 압박을 느낀다 → 자기 계발에 힘쓴다 → 회사 일과 자기 계발을 병행하며 피곤이 쌓인다 → 피곤해져서 일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나는 선택해야 했다. 비록 월급은 적어도 절약정신으로 지금의 삶을 유지하거나 내 실력을 키워 새로운 업계로 도전하거나. 오래도록 고민하고 기도했고 내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선택을 하니 그다음 행동은 쉬웠다. 회사에 퇴사 의지를 말했고, 나는 다시 글쓰기 커뮤니티를 신청했다. (그것이 한달어스)
2월 4일이 퇴사일이 되었다. 퇴사 이후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좋은 기회로 롱블랙에서 객원 에디터로서의 경험도 쌓을 것이다. 책도 많이 읽고 글쓰기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으며 나라는 사람을 브랜드화할 것이다.
세상엔 이미 퍼스널 브랜딩을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차고 넘친다. 드로우 앤드류, 김짠부, 마케터 융, 마케터 숭 같은 분들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있다. 그걸 꺼내는 일련의 작업들을 계속해서 미뤄왔을 뿐, 기록과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는 내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예전엔 막연하게 열심히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해왔다면 지금은 목표가 더 뚜렷해졌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필요한 것, 가진 것, 원하는 것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그 돌덩이를 내려놓아도 된다면? 날마다 몇 가지만 골라 집중해도 된다면? 균형을 잘 잡는 대신 시소를 잘 타면 어떨까? 한 번에 몇 가지에만 집중하면 장기적으로 우리는 더 행복해진다.
《픽 쓰리》 랜디 저커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