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9.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한달어스 #한달자기발견 #30일글쓰기

by 문사모

나에겐 언제나 고민이 있었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특출 나게 잘하는 건 없다는 것. 글도 조금, 그림도 조금, 디자인도 조금, 음악도 조금. 특히 업무를 할 땐 이 부분이 항상 걸렸었다.



나는 다능인?


비전공자인 내가 아무리 디자인을 잘한다고 해도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와는 퀄리티 자체가 달랐다. 글도 마찬가지. 짧고 굵은 글은 잘 모르겠지만 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온 사람의 글을 읽으면 도저히 내가 구사하지 못하는 전문적인 글이었다.


그렇다고 어느 한 분야를 선택하고 싶진 않았다. 그만큼 깊게 파고들만한 흥미도 없을뿐더러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 한 가지 일만 해야 한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만든 책 《모든 것이 되는 법》의 저자 에밀리 와프닉을 알게 되었다. 에밀리 와프닉은 테드(TED)의 인기 강연 ‘어떤 사람들에겐 하나의 천직이 없는 이유’를 통해 전 세계 500만 명을 열광케 한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모든 것이 되는 법》은 처음부터 ‘당신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조금씩 관심과 재능이 있는 다능인들은 하나의 천직을 찾는 것을 어려워하고 오히려 그만의 재능을 살리는 것이 더 건강하고 추진력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들. 나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회사를 다니니 관련 업무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인관관계는 물론이고 회의 시간에 나의 의견을 조리 있게 잘 말하는 능력이나 타 부서와의 조화도 중요했다. 나는 마케팅 관련 일을 하면서도 심리학과 상담에도 관심이 생겼고, 스피치 능력을 키우는 법, 타 부서에서 하는 일에도 두루두루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도 내가 여러 분야에 걸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떤 부서와도 그럭저럭 잘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나를 보며 부럽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다능인인 나는 오히려 좋아해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아무리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결국엔 나만의 무기가 있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문예은’이라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아, 그 친구는 이것저것 잘 하긴 하더라고~’가 아닌 ‘그 친구라면 OOO은 믿고 맡길 수 있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러했다.


결국엔 제너럴리스트에게도 스페셜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이 둘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조건이라는 말.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나는 출근을 해서 주어진 업무만 할 수 없었다. 두루두루 잘하는 분야 중에서도 나만의 무기를 찾아야 했고, 찾은 다음엔 실력까지 키워야 했다. 집에 가서도 편이 쉴 수 없었고 꿈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은 제안을 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바쁨이 아니라 쉼인 것 같다고.


퇴사를 결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도저히 회사 업무를 하면서 나의 무기를 찾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바로 다른 회사와의 이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도 나에겐 커리어를 쌓는 것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갭이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갭이어(gap year) : 이직이나 창업을 위해 쉬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커리어와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 묻기 위해 일을 멈추고 나를 재정비하는 시간



여유로울 때 발견할 수 있는 나다움

어쩌면 지금의 나는 요즘 유행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업무 방식에 내 삶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다움이나 나만의 무기는 결국 내 안에 있고 나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내 삶을 돌아보고 내 마음을 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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