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 little deer Mar 11. 2020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I

2020-03-10

어머니는 아그논 씨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 사람은 많은 것을 보고 이해하고 있어."
그리고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좋은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무엇이 나쁜 것이고 무엇이 좋은 것인지는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에게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지." p.152.


어제의 아침과 책이다. 행복했던 것 같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으로 프렌치토스트를 먹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것도, 프렌치토스트를 해먹을 달걀과 우유와 식빵이 냉장고에 있는 것도, 내 사랑 버터를 듬뿍 넣고 알맞게 구운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며 수수의 방해 속에서 잠깐 책을 읽을 짬이 났던 것도 말이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행복했던 것 같다. 밤이 되고 외로움과 슬픔에 잠겨 잠들기 전까지는. 그러나 다행히 눈뜨면 또 새로운 날. 


오늘은 날씨도 좋았다. 춥지만 하늘은 파랗고 공기도 깨끗했다. 집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만 해도 새로운 날의 마법이 풀리지 않은 채였더랬다. 그러나 역시 모든 소식과 그늘은 '갑자기' 그리고 '한꺼번에' 찾아온다. 어젯밤 몇 번이고 반복해 들었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제목 'All At Once'처럼. 나만의 외로움, 나만의 슬픔, 그런 것들이 가장 상투적인 노래 가사 속에서 삐죽삐죽 튀어나와 가장 상투적인 방식으로 나를 건드렸다. 가사가 있는 '노래'를 다시 듣기 시작한 후로, 감정이 가장 북받쳤다. 그럴 때가 있지, 가만히 달랬다. 눈을 감고 그림자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오늘 밤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을 - 얼마 안 읽었지만 읽은 곳까지는 - 몇 번이고 반복해 읽는다. '~이제 손톱 좀 깎고, 더러운 옷들을 세탁 바구니에 모두 던져 넣어라. 네 속옷이랑, 셔츠랑 양말 모두. 그러고 나서 즉시 파자마로 갈아입은 다음에, 코코아 한 잔 마시고 가서 자거라. 오늘 네 할 일은 그걸로 충분해. p.145-146.' 그리고 눈뜨면 또 새로운 날일 테다. 전혀 알 수 없어 두렵고 슬프고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그는 서너 개 혹은 그 이상의 그림자를 지닌 사람이었다. p.150.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