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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little deer Nov 25. 2020

랩 걸

2020-11-25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희생하지도 않았다. 너무도 쉬웠고, 내게 과분했기에 더 달콤했다. 되지 않을 일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노력해도 되지 않고, 마찬가지로 어떤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잘못될 수가 없다. 나는 이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가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내 일이 있고,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고, 돈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정말로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우리는 계획을 세운다. 그는 자신의 강인함을 나와 나눌 것이고, 나는 내 상상력을 그와 나눌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말도 안 되게 남아도는 것을 요긴하게 쓸 용도를 찾을 것이다. p.293-294.


오늘 아침, 아니 어젯밤부터 이 구절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눈뜨자마자 책장에서 찾아 펼쳐 들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p.52.'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 그럴 거라고 다짐했었다. 뭐가 되든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루돌프를 찾았다!


나를 사랑한다는 궁극적인 증거가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라 미소를 짓게 해주는 쉽고도 쓸데없는 행동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구에겐가 줘야 할 나의 사랑이 작은 상자에 너무 오랫동안, 너무 단단히 들어가 있어서 상자의 뚜껑을 열자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는 더욱더 많은 사랑이 들어 있었다.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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