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2018-06-12

by a little deer
메트로폴리탄 생명에서 나오는 아버지의 퇴직연금은 큰 욕심 안 부리고 수수한 스타일로 계속 살아가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것이었는데, 거의 빈곤 상태에서 성장해 약 사십 년 동안 노예처럼 일하면서 가족에게 소박하지만 안정된 가정생활을 제공했고 이목을 끄는 소비, 허세, 사치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런 스타일의 삶이 자연스럽고 충분해 보였다. ~ 그러나 견실한 재정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버지는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에는 옆에서 보기에 짜증이 날 정도로 인색했다. 두 손자가 돈이 필요하다 할 때는 망설임 없이 활수하게 내어주었음에도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지 않고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을 계속 절약했다. p.24-25.


밤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기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진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취지에 걸맞게 책도 읽었네. 오늘은 그 자신도 고인이 된 필립 로스가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쓴 글. 저 부분은 읽자마자 자동으로 나의 아빠가 떠올랐다. 어쩜 저렇게 똑같담. 거의 사십 년 -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는! - 동안 직장을 다니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지금은 은퇴해 공무원 연금을 받아 소박하지만 안정되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는 아빠. 자신에게 돈을 쓰는 것에는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아빠. 그러나 아빠가 보기에 허약하기 짝이 없는 딸내미가 먹고 싶다는 것은 뭐라도 사주마 약속하는 아빠. 분명 손주가 생기면 망설임 없이 활수하게(처음 안 표현이다) 내어줄 아빠.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던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전 세계적으로 부모님 캐릭터는 겹친다'라고 했던가, 뭐 그런 말.


얼마 전에 할인하길래 아빠가 좋아하는 차 티백을 한 박스 사두었다. 그러시지 말라고 해도 분명 마지막 한 방울까지 꼭꼭 짜서 드시겠지. 또 오랜만에 집에 가게 되면 내가 내려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식사 후에는 물론 잠자기 직전에도 한잔 마시자고 하시겠지. 조만간 맛있는 커피도 한 봉지 사두어야겠다.


책의 다른 부분은 아직, 읽기가 조금 힘들어서 다시 덮어두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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