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시노다 부장의 식사일지

2018-06-24

by a little deer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는 일단 맛만 없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낙담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군.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나는 아직 내가 모르는 맛있는 식당이 있을 거라며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갈 것이다. p.23.


토요일에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사들고 온 책 중의 하나다.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펼쳐보면서 자매님과 킥킥댔다. 이를테면 '내가 생각해도 쓸데없는 발버둥이다. 작년보다 체중이 늘어난 것은, 이 나이에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체중감량을 했지만, 그러면서도 건강검진이 끝나면 고기를 잔뜩 먹어버리니 말이다. p.137.' 이런 걸 읽고 나서. 자매님은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아"라며 비웃음(?)을 보였다, 하하, 그러게. 종종 먹는 것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도 보게 되지만, 나는 전혀 아니다. 거의 매일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는 편인 데다 배가 고프면 화가(!) 많이(!) 나고 또 돌아서면 입이 심심하며 배고파하는 타입. 그렇다고 엄청난 미식가도 아니지만 - 쫌 대식가인 것은 인정, 그러나 점점 소화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슬프다...- 맛있는 걸 먹는 일이 큰 즐거움인 것만은 사실. 그러나 회사에 다니면서 끼니를 잘 챙겨 먹고 더구나 맛있는 것까지 찾아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 그것도 서울에서는(?) 말하면 입만 아프지. 아니 배만 고프지. 책을 보면서 일본과 전반적인 식문화의 수준 차이가 역시 크구나, 여러 번 생각했다. 아무튼 시노다 부장님은 식사 일기를 쓰면서 매일 자루소바를 먹어도 아무렇지 않았던 자신이 확실히 더 다양한 음식을 먹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p.68.). 정말 그런 것 같다. 나도 부실하나마 아침을 준비하면서 한 번은 더 생각하게 되니까. 아 그런데 왜 빈 그릇만 찍었냐 하며는 자매님이 오랜만에 외박을 하고 갔는데, 둘 다 월드컵 보느라 늦게 잠들었고, 그나마 (배고파서) 먼저 일어난 내가 파프리카 구운 것과 시판 라구 소스를 비빈 링귀니로 아침을 차린 후 깨워 둘이 허겁지겁 먹었기 때문이다. 주저리 말이 많았지만, 결론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가 아침을 다 먹고서야 기록할 생각이 났다는 얘기. 시노다 부장님은 사진도 아니고 기억에 의존해 일일이 그리고 썼다니, 너무나 존경스럽네. 우와, 그것도 23년을! 멋있다.


월요병이 스멀스멀 도지는 일요일 저녁. 스타우브 꼬꼬떼에 '저수분 수육'을 해서 세일할 때 사둔 조선호텔 백김치와 먹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와서 <마이펫의 이중생활>을 보면서 수박을 먹고 열두 시 전에는 자야지. 다음 주도 피곤하고 정신없고 고민이 많은 한 주가 되겠지마는, 뭐, 또 자고 일어나고 씻고 먹고 일하면 어떻게든 지나갈 것이다. '밥이 맛있으면 오후 업무도 힘차게 할 수 있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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