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5
제일 먼저 나는 색을 본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초록색인가? 위쪽이 아래쪽과 다른 색인가? 가운데가 가장자리와 다른 색인가? 가장자리는 어떤 상태인가? 부드러운가? 뾰족한가? 잎에 수분은 얼마나 차있나? 시들어서 축 처져 있는가? 주름져 있나? 싱싱한가? 잎과 줄기 사이의 각도는? 잎은 얼마나 큰가? 내 손바닥보다 더 큰가? 내 손톱보다 더 작은가? 먹을 수 있는 잎인가? 독소가 들어 있을까? 햇빛은 얼마나 받고 있나? 잎에 비가 얼마나 자주 내리는지? 병들었나? 건강한가? 중요한가? 하찮은 잎인가? 살아 있나? 왜? p.11.
야근을 하고 좀 전에 돌아와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텀블러를 씻어두고 그러는 김에 바질 화분에 물을 주고 (주말에 한 송이 사온) 해바라기 꽃병의 물을 갈아주었다. 그리고서야 책을 펼쳐본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라 일단 시작은 해보지만 오늘은 프롤로그만 겨우 읽을 뿐이다. 너무 피곤하고 눈이 아프다. 이 와중에 수수와 보리는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나는 목이 마르고. 수박을 좀 먹고 얼른 씻고 자야겠지.
다음 문단에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질문'이라고 과학자인 저자가 이야기한다. 관찰하고 질문하고. '정확히 어떤 종류의 초록색인가?'라는 질문을 읽었으니 내일 읽을 책이 정해졌다. 어차피 평일 내내 한 권을 다 끝내지 못하고 잡히는 책마다 부분만 읽겠지만,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일부터 장마라고 해서 바질 화분에 물은 조금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