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LOVE

2018-08-21

by a little deer
사랑은 실용적이고 감상적이며 뒤죽박죽인 이 모든 물건들 속에, 기억의 스크랩북 속에 깃들어 있다. 아침 식탁의 텅 빈 그릇 속에 놓인 오래된 수저의 단순한 곡선 하나만 주의 깊게 바라보아도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201.


어젯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괜히 적적한 기분이 들어 - 한별이 덕분에 이름을 알게 된 '적적해서 그런지'라는 밴드가 갑자기 생각난다- 티비를 틀었는데,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이 나와서 별생각 없이 보고 있었다. 배우 한고은과 그녀의 남편 신영수가 주말에 소주를 마시며 데이트하는 장면이었는데, 한고은의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사실은 쫌 울었다. 나야 뉴스 보다가도 우니까 뭐. 그러니까 그녀가 무슨 말을 했기에 그랬느냐면, 여보 나랑 결혼해줘서 정말 고마워,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하루하루 사는 게 어려웠지 죽는 건 제일 쉬웠어, 그런데 이제는 죽는 게 제일 무서워졌어, 뭐 그런 말. 아휴. 마음이 너무.


이틀 째 아침으로 토마토 주스를 만들어 먹고 있다. 냉장고가 비었는데, 주말이나 되어야 정리를 좀 하겠네. 아무튼 책상에 앉아 마시려는데 어젯밤 여파인지 이 책이 딱 눈에 들어왔다. 올리 언니네가 브라운스 베이에 있던 시절에 거실 소파에 누워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언니가 군자동의 조그만 방에 혼자 살 때, 이 책을 읽고 '꽃 파는 아가씨'의 일부분을 소개하며 썼던 글까지 모조리 기억난다. 라디오 사연글 모음집 같은 분위기지만, 결국 조금은 웃다가 울다가 하게 되는 이야기들. 갑자기 90년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보고 싶어 지는 것이다.


여러분도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이상하다. 그리고 삶 이란 원래 약간은 이상한 것이다. 다른 누군가의 이상함이 우리의 이상함과 맞아떨어질 때 우리는 그런 사람과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이상함을 만들어나가며 그것을 사랑이라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부를 뿐이다. p.71.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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