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2018-09-04

by a little deer
그는 증오하고 있다. 프란체스카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동시에 이런 증오는 잠시 찾아왔을 뿐이고 시간이 가져가버릴 것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필립도 이렇게 느낀다고, 흐르는 시간 같은 평범한 것이 그가 지금 경험하는 강렬한 감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p.50.


요즘은 눈을 뜨고서도 잠에 취해 있는 것 같다. 아니 계속 잠 속에 있고 싶은 건지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고 안으로 숨고 속으로 잠겨들고 싶은 상태. 불 하나는 꺼두고 반만 켜진 모양으로 대충 걸어다니는 기분이다. ´흐르는 시간 같은 평범한 것’에 무기력한 채로.


그러나 이제, 막 지나간 더운 여름에 벌어진 잡다한 일들도 떠올랐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날짜, 그리고 사건들의 순서가 필립의 뇌 속에서 깜빡거렸다. p.46.


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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