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예요

2018-09-11

by a little deer
얼마 뒤, 같은 날 오후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요.
그게 다예요. p.13.


오래전 선물로 받은 책 몇 권 중 하나. - 잘 지내고 있니. 가끔 소식은 듣는데. -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이제 여름은 안녕인 것 같다. 밤은 아주 짧고 나는 멍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매일의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를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설거지를 하다 말고 급히 반성한다. 티비를 틀었더니 조인성의 인터뷰가 나온다. 하루, 그리고 조금 더 나은 내일, 그러다 보니 10년이 지나있더라, 그때의 그 모습도 지금도 나인 것 같다, 뭐 그런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다. 아침은 사과즙, 점심은 초밥, 저녁은 토마토 스파게티, 디저트로 푸딩을 먹고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책상에 앉아 유서와도 같은 글, 짧은 메모 같은 글로 구성된 책을 슬쩍 넘겨본다. '얼마 뒤, 같은 일요일 / Y.A. 당신에 대해 뭐라고 말하겠어요? M.D. 내가 누군지 이제는 잘 모르겠어. 나는 내 애인과 함께 있지. 그 이름은 몰라.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마치 애인과 함께 있듯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으면 하고 바랐지. 애인과 함께 있는 것 말이야. p.15.'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으면 하고 바랐지, 함께 있는 것 말이야, 두 줄을 읽고 또 읽고. 정말로 그랬지.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으면 하고 바랐지. 그랬는데.


아, 티비에 선배의 여자 친구인 배우가 나와서 또 집중해서 봤다. 그전에 출연한 영화를 보러 갔었다. 감독님이 바로 사랑스러운 료료의 아빠였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 그녀의 춤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우리는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사실도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리고, 또 나는 혼자다. '~나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머지도 끝났다. 당신도 역시. 나는 혼자다. p.31.'


생브누아 거리, 11월 27일 일요일
함께 있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고, 죽음이고, 말이고, 잠자는 것이다. p.14.

12월 10일 토요일, 15시, 생브누아 거리
당신은 고독을 향해 직진하지.
난 아니야, 내겐 책들이 있어. p.30.


나는 그러고 싶지만 내가 이 책을 쓰게 될지는 확실치 않아. 그건 운수소관이지. / 쓴다는 것은 말의 리듬과 아주 가깝다. / 그는 이제 방 안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코. 가끔은 웃는 듯한, 가끔은 슬픈, 가끔은 침울한 그의 노래를 기다리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주 빨리 그는 내가 예전에 들판에서 알았던 새鳥로 되돌아갔다. / 그날 같은 여름날 오후면 내가 그랬듯 계속 횡설수설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 이젠 그럴 의욕도 용기도 잃었다. / 네가 사는 것은 더는 불행에 의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절망이다. / 쓴다는 게 겁나. 날 겁나게 하는 그런 것들이 있어. / 난 지금 야윈 삶을 살고 있어. 가난한. 나는 가난해졌어.

단어들, 문장들, 말들...


7월 23일 일요일
난 사라져버릴 수가 없어요.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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