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탓하는가

#6

by 승구

하루 만에 높디높은 강남빌딩숲과 쪽방촌을 다녀왔다.

젊은 사람은 공기업, 대기업들이 원하는 영어점수를 위해 모였고 나 또한 그곳에 있었다.

또 그들이 원하는 자원봉사를 위해 쪽방촌을 향했다. 내 이익이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곳이라는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풍족함이 그곳에 있었다.

나의 영혼이 어디에 팔려있기에 이토록 굶주려 있을까?

팔린 정신 덕택에 하루종일 굶은 줄도 몰랐다.

저녁 6시 급히 들린 중국집에서 새우볶음밥 하나를 시켰다.

혼자 와서 겨우 음식 하나를 시킨 나에게 사장님은 짜장에 짬뽕국물에

귀인 대접하듯 조심스럽게 반찬그릇들을 내려놓으셨다.

가진 게 시간과 젊음뿐인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아닐까?

세상에서 사랑이 소멸되고 있다. 나도 세상을 쫓고 있다. 파도처럼 자연스레 왔다가 깊은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모래와 같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 소멸되고 있다.

누구를 탓하는가? 나는 내 하루에 민주주의를 실현했는가?

내 이웃에게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이라도 남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하루하루 나를 챙기는 것이 참 달콤했다. 이제야 뒤돌아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불이 큰 불이 되었고 사람들은 또다시 큰 불을 끄는 것에 몰입되어 있다.

큰 불은 꺼질 것이다. 내 안의 불은 해결 되었는가?

또다시 누구를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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