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by 이적

by 무늬글

한 아 이야기


한아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한아를 꽁꽁 얼게 하는 겨울이어도 엄마 품 안에서는 모든게 녹아 세상 가장 따뜻한 아이가 된다. 그래서, 자주 춥기도 하고 배고프기도 하지만 엄마만 있으면 다 괜찮다. 한아는 이유를 모르지만, 엄마는 자주 숨어서 운다. 한아는 엄마한테 잘 못한게 있나 고민한다. 물어도 보지만, 엄마의 입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네가 무슨 잘 못이 있겠니'라는 말에 항상 안도한다. 한아는 엄마가 슬픈게 싫다. 슬픈게 싫어서 한아도 슬퍼서 가끔 따라 운다. 그럴 때면, 엄마는 '울면 엄마 딸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럼, 한아는 엄마 딸인게 세상에서 제일 좋기 때문에 울 수 없다.


한아는 정말 뛸 듯이 기쁘다. 엄마가 바빠서 매일 주인집 언니랑 놀아야만 했는데, 오늘은 엄마가 놀이동산에 데려가 준다고 한다. 오늘은 특별히 한아가 제일 좋아하는 장조림에 계란말이까지 아침 식탁에 올라와 있다. 사실, 제일 좋아하는 반찬들이지만 어떤 맛인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어떤 반찬이라도 엄마랑 같이 마주 앉아서 먹는 밥이 제일 좋다. 밥을 맛있게 먹은 후, 갑자기 엄마가 상자에서 털모자와 목도리를 꺼내면서 '우리 착한 한아 선물 줘야지'라고 말한다. 한아는 엄마의 분위기가 낯설어 흠칫 놀란다. 도리도리, 이내 행복한 아이로 돌아와 엄마 품 안에 뛰어들어 안긴다.


한아는 따뜻한 새 모자와 목도리를 하고 더 따뜻한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선다. 한아는 엄마가 웃고는 있는 것 같은데, 멍하니 한아가 건내는 말도 잘 못 듣고,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한아는 왠지 불안하다. 그래도, 주인집 언니한테 말로만 들었던 놀이동산이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두근두근 설렌다.


놀이동산에 도착한 한아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다. 거대한 기구들이 춤추듯 이리저리 휙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도 다시 제 자리로 휙 하고 돌아온다. 한참을 구경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한아는 지쳐버린다. 엄마는 한아가 지친 것을 보고 조금 쉬자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지친 한아에게 '한아야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엄마 잠깐 한아 좋아하는 사이다 금방 사 올게'라고 말하며 사라진다.


한아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엄마는 한아가 지친 것도 단번에 알아보고, 한아가 좋아하는 사이다를 사러 갔다. 한아는 춥지 않다. 기다리면, 엄마가 사이다를 사들고 오기 때문에 한아는 엄마 생각에 춥지 않다.


해가 저물고, 찬 바람에 길은 얼어붙는다. 한아는 너무 춥다. 엄마는 오지 않는다. 뭘 잘 못한 걸까. 돌아올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한아는 울 수 없었다. 엄마 딸 아니랄까 봐 나오는 눈물도 꾹 참았다. 한아에겐 잘못이 없다고 했었다. 거짓말이었을까. 한아는 순간 눈물이 터져 흐른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여기저기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엄마'를 울부짖는다. 하지만, 한아는 다시 한번 홀로 남겨진다. 버려졌다. 모든게 꿈만 같다. 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한아는 새하얗게 얼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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