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럼 우리 딸도 알아야지. 그래야 대화가 될 테니까!라는 군중심리에 동요되어 초3 딸아이와 본 영화다.
인사이드 아웃 1이 항상 기쁨만을 유지시켜주고 싶은 기쁨 이의 욕망에 관한 영화라면 속편인 2편은 사춘기 아이의 감정이 세분화되면서 튀어나온 불안이의 불안에 관한 영화였다.
뒤돌아보면 저때부터였던 거 같기도 하다.
인사이드에 가만히 있던 ‘불안’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와 설치며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게. 그리고 40대 중반의 난 여전히 ‘불안’이 메인 감정이 되어 내 인생을 이끌고 나가고 있다는 고백을 해야겠다.
나이는 먹고 아이들은 커가는데 로또 당첨은 남의 일이고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뿐만이 아니라 50대부터 90세까지의 의식주에 대해서 엄청 불안해하고 있는 나날이다.
지금 굶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거리에 나앉아있어야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일이 불안한 건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금 조숙하면 10대부터 시작해 지천명의 나이가 넘어서까지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불안’에 잠식당하고 있다. 그러니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공감을 얻어 인기를 얻고 있지 않은가.
손만 뻗으면 만나는 SNS의 인간들은 모두 물질과 정신이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사진들로 도배를 해놓고 세상은 초 단위로 변해가는데 나는 뒤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천천히 뒤로 가는 것 같다.
그뿐인가 가족도 친구도 변하지 않는 관계는 하나도 없다. 변하는 게 당연한데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어려서부터 세뇌를 당했던 탓에 변하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
나 같은 경우는 미친놈처럼 날뛰는 ‘불안’을 조금 진정시키는 것이 ‘*이성’이다.
<*이성-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을 상대하여 이르는 말>
예전에는 불안할 때마다 대화할 누군가를 찾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나와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또 나의 잦은 불안이 그들의 인생을 너무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어떻게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노트에 내가 왜 불안한지 주르륵 적어 놓는다.
그리고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 예를 들면 은행을 털지 않은 한 해결할 수 없는 금전적인 것들, 은 과감하게 줄을 치고 이 순간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조금씩 줄을 채워 넣고 있으면 어느새 불안은 조금 잠잠해진다. 딱히 다른 방법이란것 없는거 같다.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것밖에.
그리고 뭐 긍정 한수푼 억지로 넣는다면.
어느 정도의 불안은 무위도식을 꿈꾸는 날 노동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탓할 감정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