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랜드 Aug 12. 2024

다시 보고 싶은 친절한 그 사람

 

 사회가 조금씩 발전해 가면서 여러 집합체가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서로 살아가는 방식을 공유하며, 상생하는 관계도 많아지는 듯하다. 특히 프랜차이즈 같은 사업방식 자체를 교육하고, 배우면서 자영업을 꾸려 나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단순히 일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업 자체의 슬로건과 목적을 공유하는 것까지 나아가는 이 프랜차이즈들은 이제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당연히 존재한다.


 어느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먹게 되고, 맛있다! 싶으면 식당 이름을 검색해 보는 편인데, 대부분이 프랜차이즈점이다.  이럴 때면 내가 숨은 맛집을 찾아냈나 싶었던 생각이 어느 순간 휘발해 버린다. 아쉽지만 한 편으로는 높은 수준의 음식이나 서비스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삶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감이 생겨난다.


  그래서 다시 한 입. 또 한 입 먹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벌레?!


같은 그런 건 아니다. 위생상의 문제가 있었으면 이미 그 장사는 접었으리라. 눈에 들어온 것은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점원이다. 점원이 불친절했거나, 이상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저 너무 어려 보여서이다.


자영업을 꾸린다 하기엔 아직 대학교 졸업도 안 한 나이인 듯했고, 부모님 일을 배운다기엔 일을 하는 것에 아무런 감정이 안 들어 보였다. 단순한 답이기도 하다. 알바. 즉, 비정규직 계약을 통해 고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고, 그의 목소리엔 칙칙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분명 겪어보지 않았던 고통을 겪고 있으리라. 자신의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가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하던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나 혼자 망상에 빠져있을 때 한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하지 못하고,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요청했다. 그 손님의 나이는 50대 정도 돼 보였으며 굉장히 편한 차림새였다.


 그는 첫마디를 떼었다. ‘안녕하십니까 바쁜데 미안합니다 혹시 주문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정중했고 단조로웠으나 그 아르바이트생의 상황을 한눈에 꿰뚫었다. 그 중년은 단 몇 마디의 말로 그 젊은이를 다른 세상으로 끌고 나왔다. 말을 이었다. ‘괜스레 방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드디어 젊은이의 눈빛이 보였다.


 그의 눈에 희미한 빛이 띄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 젊은 알바생은 지금껏 바쁜 몸짓과는 다르게 굉장히 안정된 어투와 제스처를 펼쳐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저희가 하는 일인데요.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그 이후는 1월의 산자락에서 눈덩이를 굴리듯 뻔한 이야기이다.


 그 둘은 2분 남짓한 순간에 그들만의 세상에 다녀온 듯했다. 사실 감동스러운 스토리를 전하려고 한 건 아니다. 난 이 중년의 예의와 친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는 인사를 했고, 존댓말을 사용했다. 이는 예의이다. 그가 자기보다 어린 모르는 사람에게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 친절은 그의 단어사용에 있다. 그는 자기의 상황보다 젊은 알바생의 상황을 먼저 존중하려 하는 단어를 사용했고, 자신으로 인해서 그 젊은이가 피해받지 않기를 바랐다. 이 덕에 그 젊은 알바생조차 약간의 표정변화를 보였고, 목소리는 한층 밝아졌다.


 이는 감동에 더해 경영상의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당신이 사업주라고 생각해 보자 자신이 고용한 알바생이 자신의 가게에 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말투와 어조로 그들을 대한다고 상상해 보라.


 과연 그 알바생이 고맙지 않겠는가? 설령 고맙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적어도 나는 그 상황을 보고, 그 하루의 좋은 감미료가 되었다. 누군가는 그 상황을 본다. 친절을 나누는 모습은 좋든 싫든 누군가에게는 보인다. 이는 그 누군가에게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다시 한번 그 가게를 들리고 싶단 생각도 들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존중받고 있다는 감정, 이 하나를 불러일으키는 친절만으로도 말이다. 우리는 감정이란 가장 큰 무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누군가를 싫어하게 될 수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비효과처럼 사회엔 한 사람의 친절이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며, 한 사람의 예의 없는 행동이 그 공간의 모두를 불쾌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동물이 가진 큰 힘 중 하나가 아닐까.

이전 08화 지하철에서 외국인한테 오지랖 부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