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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Aug 06. 2024

지하철에서 외국인한테 오지랖 부리기

누군가를 배려할 준비가 된 사람


 비 온 뒤에 지하철에서 몰려오는 냄새는 각양각색이다. 지하철이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가 관건이겠지만, 꼭 습한 비냄새는 같이 딸려온다. 꽤 보기 좋게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외국인을 보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꼭 어딘가 급하게 가야만 하는 사람 같았다. 그는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차량이 역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용수철처럼 통통 튀어 들어갔다. 그는 작지만 빨랐고, 날랬다. 비어있는 자리 그 부분으로 정확하게 꽂혀 들어갔다.


그녀는 그곳에 앉았다. 분홍색으로 칠해진 그 자리. 어떡할까 만약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이 자리는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가장 먼저 임산부를 말이죠.’라고 한다면 오지랖일까? 아니면 그냥 ‘한국 지하철 문화에는 사회적 약자를 조금 더 배려하기 위한 몇 가지 장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좌석입니다. 이 좌석만 분홍색으로 칠해진 이유는 그 때문이지요’라고 말하던가 말이다.


그런 생각이 끝나기 직전, 내가 내리려는 곳에 도착해 간다는 음성음이 내려왔다. 난 그녀를 돌아봤고, 그녀는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여성에게.



별 일 아니다. 그는 그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해 줄지 물어본 것뿐이다. 그 여성은 아이를 안고 있었고, 탑승게이트 앞에 서 있었다.


역에 도착했고, 난 속으로 한바탕 웃었다. 결국 그가 사는 세상에선 임산부 배려좌석이 따로 필요 없었을지 모른다. 그는 그러한 정부의 권유가 없더라도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배려할 준비가 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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