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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Jul 29. 2024

그래서, 책.. 읽으세요? (2)



 책은 그대로의 친구이다.

조금은 쉬운 설명이 되었으면 하는 약간의 바람을 보태본다.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을 친구로 삼아서 그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들을 함께하기도 한다. 그건 모든 이들이 마찬가지이다. 물론 사람이 싫어서 방문을 걸어 잠근 이들도 있겠지만, 내 삶에선 그런 이들조차 시간이 지나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사교성이 얼마나 좋은지 같은 따분한 얘기가 아니다. 이건 누구든 친구를 갖는다는 것이고, 그건 누가 되었든지 거기에서 어떤 경험을 한다는 거다.


좀 더 와닿는 예시로 가보자.

사람이라면 친구에게 많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 고민에 대해서 아마 친구마다 다들 반응이 다를 거다. 지금 당장 ‘오늘 저녁 뭐 먹을까?’ 하는 문자를 보낸다면


어떤 친구는 메뉴를 추천해 줄 것이고,

어떤 친구는 왜 지금 밥을 먹는지 물어보기도 할 것이다. 또 어떤 친구는 자기가 먹는 것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는 그 모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또 들음직한 이야기들이다.


친구는 우리의 삶에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만약 아까의 예시처럼 마치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분명 여러 가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다.


위안이 섞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답변부터

철저하고 냉소적이지만 계획적이고 객관적으로 고민을 해결할 방안을 내놓는 답변도 있을 거다.


나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책이 바로 그 점에서 친구와 유사하다는 거다.


친구들은 가끔 자신의 이야기 흔히 썰을 들려주기도 하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몇 시간 몇 분을 떠들기도 한다. 그것은 책이다.


거기에서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찾는 것은 모두 듣고 난 뒤 생각하는 나의 몫이다.


우리는 친구의 행동에서 배우는 것처럼 책에서도 배움을 찾기도 한다.

너무 진실되고 사적인 이야기에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혹은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같이 알아가보기도 하는 것처럼 책은 그런 모든 종류의 친구들을 자처하고 있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봐보자.


우리는 친구를 사귀는 방식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너무 과도하게 신경질적이거나 무작정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친구들을 언젠가 멀리하게 되고, 본인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사귀곤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본인의 환경이 바뀌기 시작하면 친구를 사귀는 방식이나 사귀는 친구들도 바뀌는데 이는 꽤 책과 흡사하다.


우리는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는 책을 멀리할 필요도 있고, 어느 순간 다른 분야의 책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책을 친구와 같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들처럼 책에서도 중요한 것들이 있다. 너무 많은 친구들을 사귀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여러 책을 읽는 경우이다. 너무나 많은 책을 깊이 없이 읽게 된다면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더해서 친구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은 정말 그저 체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정말 건강한 행동이지만 무작정 그들이 말하는 세상을 그대로 믿고, 그냥 그대로 생각해버리고 만다면 그건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면 스스로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이기에 수많은 왜곡이 더해졌을 수 있고 친구가 배운 세상 그대로 내 삶에 적용시켰을 땐 크나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그걸 믿어버리는 것이 주는 이득보다 그게 주는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에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내가 뭐라고 이야기할지 보이지 않는가.


이는 책도 똑같이 적용된다. 책을 읽고 그저 그것에 나온 세상 그대로 그걸 믿어버리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가 체험하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적용될 수 없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봐왔다. 책에 대해서 경계할 필요도 있다는 거다.


여럿의 삶을 보고 체험하는 것은 나중에 직접 경험할 때 꽤 큰 도움을 주지만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 그걸 믿어버리고 그저 생각을 멈춰버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한 가지 이야기만 덧붙이자면 본인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젠 체하는 것은 친구가 많다고 자랑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책 속 주인공이 본인이 되는 것이고, 중요한 건 많은 이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친구를 사귀는 것,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서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책은 그대로의 친구이다.


친구가 많든 적든 중요하지 않단 것처럼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는 걸 많은 이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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