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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랜드 Jul 08. 2024

사계절은 1년을 가리킨다.

무더운 여름, 벌써 가을을 떠올리면서.


가을이 찾아왔다. 10월이 잠을 깨듯 다가왔다.


10월의 어느 날은 애틋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곧장 느지막한 오전에 일어나고 창을 열어젖혀 밖을 바라보면 시간은 10시. 봄이 풀잎 위에 머무는 시간이다. 유독 풀의 초록이 빛나고 따스하다.


하루를 천천히 시작해 심심할 틈도 없이 집안일을 끝내고 겨우 점심을 먹고 나면 시간은 2시. 여름이 모든 직각의 구조물 위로 내려앉는다.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햇볕을 머금은 공기가 세상을 가득 메운다. 공기는 열기를 가득 먹고, 살이 쪘다. 제 몸을 가누기 힘든지 내 어깨 위에 머리 위, 몸 위를 올라탄다. 더운 공기가 가득 채운 밀도 높은 세상을 바라본다.이럴 때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쳐 돌아올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호기심 깊은 오후는 지속된다. 책을 읽을까 영화를 볼까 나른한 고민을 하다가 무슨 바람이 들어 밖으로 나가 숲속으로 향하고, 문득 어제 본 나무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은 이제 5시. 가을이 바람 되어 진정으로 느껴진다. 옷 사이사이로 스미고 내 몸을 적신다. 가을이 바람에 실려 온다. 나 홀로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다. 흩어지는 낙엽을 붙잡을 수도 정지된 나무를 눈에 담을 수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만 할 뿐이다. 영원한 흐름이다.


 잠이 들었을까. 겨우 일어나 밤을 맞이한다. 해가 져서 아쉽기도 어둑한 밤중 가장 밝은 달이 아름다워 넋 놓고 바라보기도 한다. 그만. 이젠 눈이 쉴 때도 된 것 같다.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도로가 보인다. 차들이 지나다닌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시간이 11시. 마지막으로 겨울이 얼굴 앞에서 아른거린다. 찬기에 눈물이 흐른다. 너무 많은 것을 보았나 보다.


하루가 1년 같다는 말은

그대와 함께 마주한 모든 계절의 온도를

하루에 느껴서이기도 하다.


햇빛이 들어오는 오전에는

그대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느라

해가 기울기 시작한 오후에는

그대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떠올리느라

땅거미가 질 적의 시간엔

그대의 촉감을 생각하느라

깊은 밤엔

내가 그대를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추억하느라

하루는 1년같이 길어진다.

아마 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러지 않겠는가.

 

 사계를 그대와 함께하였으나 이젠 하루조차 그대를 만나지 못한다.

그대가 사라진 사계만이 내 하루에 남았으니, 내가 하루를 1년같이 느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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