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랜드 Jun 24. 2024

당신이 사랑스러운 이유

 


 눈같이 내리는 비는 계절의 어느 틈에 숨어 그 모습을 감추며 잠을 청하는 듯하다.

언젠가 그 틈이 갈라지고 계절이 떨어지는 순간 그들도 세차게 몰아친다.


나는 그 장면을 어떻게 해서든 계절의 어느 한 장면으로라도 기억하려 하였으나, 그것은 어떠한 계절이라고도 칭해지지 않는다. 그때에 내리는 비는 눈과 같이 난분분 난분분 떨어지지 않으며, 마치 푸른 불씨가 튀는 것처럼 그 기세를 자랑할 정도가 아니다.


다만, 신기한 것은 조명 아래의 눈이 떨어지는 것을 시선에 맞추고 보고 있다가..


그렇게 보고 있다가 잠시 시선을 놓친다면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미장센처럼 나타난다.

그들은 한순간 꽃 같은 눈처럼 보이기도 하며

다시 시선을 바꾸면 세찬 비가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나는 눈과 같이 내게 오고, 비와 같이 떠나가는 사람이 아름답다 생각했었다. 그건 정상적인 생각이었다. 처음은 눈과 같이 아름다운 울림을 주고, 끝에 가서야 비처럼 깨끗하고 순수함을 보이는 관계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 시선 끝에 자리매김한 것은 눈이자 비이다. 시선이 닿지 않는 순간 몇 번의 진동으로 바뀌어버리는 그 성질.


 결국은 보는 이의 시선 차이가 아녔을까.

모두는 눈같이 아름답게 오는 이를 반겼으며,

비같이 깔끔하고, 깨끗하게 떠나가는 이를 선망했으리라. 하지만 삶에 있어서 그것은 보이는 것에 불과했고. 그 정체를 알아봄에 있어서 선망하고 반김은 개개인이 그들의 모습 어느 곳에 눈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모든 이들은 눈과 같이 아름답고, 비와 같이 그 깨끗함을 자랑한다. 적어도 그렇게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눈과 같이 다가가는 이, 비와 같이 떠나가는 이는 모두에게 존재한다. 그것은 그 시야의 차이가 빚어낸 것일 수 있다. 그래서 계절의 틈을 발견하듯이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이들에게 당신은 사랑받을 것이다. 선망하고 반겨질 것이다.


일종의 고백으로 마무리하자면 내 시야는 좁고, 어두워서 그렇게 많은 것들을 낚아채지 못한다. 다만 확실히 아직 살아갈 수 있음은 그나마 시야에 담기는 모든 것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이다.


비와 같이 내리던 눈이 그쳤다. 걸음을 옮기자.


이전 02화 걔들은 왜 아직 결혼도 안했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