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랜드 Jun 17. 2024

걔들은 왜 아직 결혼도 안했대?


 접근성이 너무나도 좋아져 버렸다. 일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이제 너무나 많은 이야기 속에서 헤엄친다. 심지어 이젠 개인주의까지 동원되기 시작했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은 정보와 이야기 속에서 한 눈을 감고 혹은 두 눈을 모두 감을 줄 알지만, 평범한 많은 이들은 스쳐가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뜬 눈으로 보며 밤을 지새운다. 눈을 감을 필요가 있는지, 왜 한 눈만 뜨고 봐야 하는 지조차 감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하다. 그들은 굉장하게도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을지가 궁금하지 않다. 어떤 이념적인 갈등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격변의 시기를 지나왔다. 유럽의 여느 국가보다 더욱 급변적인 시기라 할 수도 있고, 미국의 남북전쟁보다 더욱 참혹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격변의 시기는 오늘의 정보,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대량과 다양한 품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그건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니었다. 우리는 아직 조선의 사대주의와 실리주의 그리고 근대화 이후의 근대적 사고에 입각한 실존주의, 전체주의 그리고 헌법정치, 민주적인 절차에 관해서 고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다른 나라도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압축되어 있는 격변의 시기에선 고농도의 갈등이 새어 나온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것이 정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어떠한 지식의 설명까지를 포함하는 게 아닌 가장 첫 단계의 인지까지 만을 포함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인지만 포함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가 아니니 포함하는 범위를 인지만으로 정한다.) 국회법이 어떠하며, 코스닥이 어떤지, 반도체의 공정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포함되는 이야기이다. 다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아니했는가. 조선의 평민은 조선정부가 군대를 2 군영으로 축소하는지 5 군영으로 복구하는지 알지도 못했다. (여기서도 2 군영과 5 군영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의 인지가 중요하다.) 사실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글은 알았는지. 그때 그들은 문맹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과연 알지도 못하는가?


인지는 이 순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그들은 너무나도 잘 안다. 너무나도 잘 알아서 괴롭다. 심지어는 자신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필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인간의 통찰이 고귀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동시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고뇌에 시달리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더해서 그들은 그 고뇌를 남 탓으로 돌리거나 남을 해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고통스러웠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것이 아니기에 그들이 본인의 탓으로 돌린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리라. 나는 거기서 어떤 위희적인 측면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자살은 오히려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스스로 본인을 위해 그리고 주변을 위해 택한 것이 그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평범한 많은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본인을 위해 살아간다. 갖가지 사실들을 나열하고 생각을 나열하고 나니 나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과연 그들은 그 괴로움, 너무나도 많이 인지되는 괴로움을 자신의 가족까지 뻗치고 싶을까.


독단적인 답변을 내리자면 그들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그거 하나 때문에 많은 행위를 주춤거리기까지 한다. 나아가서는 결혼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그들은 잘못된 것이 없다. 결혼을 논하기엔 너무나 아는 것이 많다. 위에 나열한 단순한 정보 때문에, 나아가서는 이 사회에서 나와 같은 괴로움을 겪을 배우자가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괜스레 미안해지기에 결혼을 포기하곤 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귀 기울여 들었던 것 중 ‘결혼은 아무것도 모를 때 하는 것’이라 하더라. 그 말이 정말로 맞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청년들은 아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그것은 SNS 속의 이상형의 가까운 사람을 알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개인과 개인 간의 이념 갈등이 될 수도 있다. 그 아는 것들은 많은 이들을 결혼이 아닌 독신을 ‘선택’하게 한다. 지금껏 그래왔지만,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물론 어느 순간이 오면 그 발전을 멈추긴 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의 발전은 느리지만 진행 중이다. 그래서 지금 세대는 전에 없던 가장 똑똑한 세대이다. 그다음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발전이 어느 순간 멈추지 않는다면, 점점 더 개인의 영역이 커질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책임이 얼마나 크고 무서운 것인지 온몸으로 맞닿아 있는 세대이니.


결혼은 아무것도 모를 때 하는 것이라.



이전 01화 그 사람들은 왜 책 읽는 것을 추종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