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실천하는 프로젝트
| 공공성 |
자신이 공동체를 향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자치가 움튼다면 그 애정이 공동체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공공성, 공익성이다. 공공성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뛰어넘는 가치와 담론에 연대하고 아랑곳하는 것이다.
몽실학교의 슬로건은 참 많은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몽실학교의 교육활동 성과와 그 안에 담긴 가치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또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큰 공로가 이 슬로건에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딴짓을,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일’은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일이다. 마치 다른 별에 있을 것 같은 딴짓과 사회적 가치라는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공공교육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프로젝트는 활동의 목표가 중요한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처음 프로젝트 활동의 목표를 정할 때 코디네이터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방법, 활동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집중한다. 학습자들이 해보고 싶은 딴짓을 신나게 늘어놓을 때 그 모습을 보는 코디네이터는 그것을 어떻게 공익성과 연결할지 고민한다.
그동안 대부분 교육 과정은 ‘기후 위기를 위한 카페 활동’, ‘장애인을 돕는 메이커 활동’처럼 정해진 목표, 배울 거리로써 공공의 가치를 학습자들에게 먼저 ‘당위적으로’ 제시했다. 공공의 가치와 살제 활동이 유리되어 부자연스럽게 접합이 되곤 했다. 억지로 가치를 활동에 끼워맞추려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나도 공공의 가치를 프로젝트에 어떻게 담을지 늘 고민이었다.
분명 프로젝트가 공공성을 지향하게 만드는 것은 코디네이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는 사실이 있다. 해결하고 싶은 사회 문제를 찾아내거나 공공성을 지향하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은 공감, 즉 ‘아랑곳하기’이다.
다가치학교의 꾸리들은 각자의 프로젝트에 애정을 가지고 참여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치와 담론을 만난다. 다썼다! 프로젝트는 책을 출판하다 보니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게 점자도서를 출판하고, 출판 기념 출판기념회에서는 책에 있는 문장 몇 개를 수어로 통역해 보이기도 하였다. 동물생명 프로젝트는 우연히 만난 까치에 호기심이 생겨 시작된 프로젝트다. 새가 살아가는 환경을 공부하면서 탐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 새를 애정하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도시 속 새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알리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다. 다스토랑, 매일바뀌는식당, 요리조리 프로젝트는 채식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되고, 직접 채식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직접 코스요리를 개발했고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한 끼를 대접했다. 어색하지만 음식 소개도 직접 하고, 간단한 이벤트도 준비해서 즐거운 만찬을 즐겼다.
대부분의 활동이 그렇다. 학습자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와 다가치학교 자체에 애정이 쌓이며 자치를 실천하는 경험이 쌓인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존재가 내가 아랑곳하는 존재가 되고, 학습자를 둘러싼 연대의 망이 넓어진다. 그때 프로젝트 활동에 진짜 가치를 담는다. 처음 ‘하고 싶은 것’이었던 활동이 누군가를 이롭게 하며 세상에 아랑곳을 시작한다.그 시야를 광각으로 넓혀주는 것이 코디네이터이다.
2023년 다가치학교에 !!공간살려!!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들은 옥상 공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사정상 옥상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활동 목표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코디네이터 도치는 학습자들과 공간을 주제로 토론했고 처음 나온 아이디어는 ‘방 탈출’이었다. 그들이 매력을 느끼는 공간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방 탈출 데이’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행사 기획 프로젝트 왁자지껄, 예능 촬영을 하는 DGC방송국 프로젝트와 !!공간살려!! 프로젝트가 각각 방탈출을 기획해 총 3개의 체험 부스가 만들어졌다. 이 세 팀은 이날의 행사 이름을 ‘(무더위를 공포로 얼리는) 깡깡랜드’라 지었다. 소문이 났는지 그날 정말 많은 청소년이 찾아와 방 탈출을 즐겼다. 예약을 미리 받아야 할 정도였다.
사람들을 공간에 초대하여 즐거운 이벤트와 경험을 선사한 !!공간살려!! 프로젝트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2층의 넓은 공간에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간단한 인테리어 작업에 돌입했다. 박스를 오리고 붙여서 가짜(?) 벽난로를 만들어 푸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는 공간을 조성했다. 그리고 마지막 축제에서 그들은 한 면이 거울로 된 연습실을 전시장으로 바꿔냈다. 전시 주제는 ‘다가치학교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기’였다. 다가치학교 시설은 휠체어 이용자, 시청각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가 방문하기에 문턱이 있는 곳이었다. 그 지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는 !!공간살려!! 팀의 가치와 메시지가 가득 담긴 전시장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한참을 머무르며 평등한 공간, 문턱이 없는 아지트를 함께 고민했다.
모든 활동의 시작은 나부터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문제의식은 공감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고, 그것을 민감성과 감수성이라 부른다. 교육 공동체에 신뢰가 쌓이고 나와 동료들 사이에 유대감이 자리 잡고, 애정을 느끼기 시작하면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소외되는 존재가 없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그 마음은 내가 사는 동네가 안전하면서도 즐겁기를 바라고,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이 다정하고 평화롭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내가 속한 공동체를, 동네를, 세상을 아랑곳해 본 경험은 양분으로서 나 자신을 단단하게 채운다.
다가치학교의 프로젝트 교육과정은 구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제시하거나 공익적인 활동의 방향을 표면적인 목표로 삼지 않는다. 다만 아지트가 지향하는 관계의 성격, ‘아랑곳’이 잘 담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코디네이터는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우리가 도전하고 싶은 주제와 분야’를 찾아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습자가 서로를 돕는 호혜적인 공동체를 느낄 수 있도록 현장을 조정해 나간다. 학습자가 프로젝트에 몰입하기 위한 궁리를 하는 과정에서 코디네이터는 학습자들을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리고 작은 연대를 상상하도록 질문을 던진다.
이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공감하고 행동하여 연대할 수 있는지를 직접 경혐해보아야 한다. 코디네이터는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이끌며 학습자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하는 인지적 구두쇠, 활동 편식을 넘어 세상에 아랑곳하고 변화를 상상해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한다. 하고 싶은 것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실천을 이루는 길을 돕는 지지자이자 함께하는 동료이자 먼저 앞서서 길을 터놓는 일이다.
다가치학교의 슬로건은 ‘다 같이 다가치하자’다. 이 배움터에서 아랑곳 해본 경험을 쌓은 학습자들이 저마다 다른 가치를 세상에 심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