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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2025년 7월 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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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의 한 교수님을 인터뷰를 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기후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말을 반복하며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뿐입니다."


약간의 미소. 약간의 절망. 약간의 기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그 얼굴이 아른거렸다. 찡긋하는 그 1초동안 '난 기후에 대해 너무 모르는 똥멍청이구나' 생각했다. 이번 취재 안했으면 어쩔라고 그랬니 정말.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불리는) 노엄 촘스키 대담집이 나왔다. 제목은 <어떻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다. 제목이 혹해서 읽기 시작했다.


촘스키는 크게 2가지를 말한다. 환경, 평화.


환경을 말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평화를 말하기 위해 핵무기를 설명한다.

촘스키 : 오늘날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 세상이 화석연료와 군산복합체(군사기관과 방위산업체가 성호 의존하고 결탁하는 구조)의 손에 좌우되거나 혹은 광기에 휩싸인 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과학적 연구결과들은 충격적입니다. 과거의 암울한 경고조차도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으며, 우리는 지금 놀라운 속도로 재앙을 향해 질주하고 있음을 수많은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굳이 연구자료를 살펴보지 않더라도,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이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폭우 관련 기사를 편집하고 있다. 누군가는 폭우로 목숨을 잃어야 했고, 시설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장대비, 장마, 폭우라는 표현이 기사에서 사라졌다. 대신 '극한 호우'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다.


극한이라는 말이, 너무 쉽게 통용된다.

촘스키 : IPCC 종합평가 보고서는 이렇게 경고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모든 지역이 더욱 심각한 기후 위험을 경험하게 될 것이며(중상위 수준의 과학적 신뢰도), 이는 생태계와 인간 모두에게 여러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다(매우 높은 과학적 신뢰도).


과학자들은 이미 '극한 기후'를 경고했다. 보고서 문체가 너무 강하다.


IPCC(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종합평가 보고서는 전세계 과학자들의 공통된 공식 결론을 적어놓은 보고서다. 사실상의 외교문서에 가까운데, 그 문서가 이정도로 강한 워딩을 쓴다는 건 매우 심각하다는 뜻이다.


평화의 위기도 살펴보자.


촘스키는 그 시작을 민주주의에서부터 따지고 들어간다.

촘스키 : ‘민주주의의 위기’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이 표현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합니다. 유럽, 일본,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학자들로 구성된 삼극위원회는 젊은 세대를 체제에 순응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학교와 대학 같은 제도들이 실패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 결과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저항활동에 나서는 모습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대중의 집단적 움직임은 국가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주었다고 봤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의 위기였습니다. 해결책은 분명했죠. 민주주의에는 더 많은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시 수동적이고 순응적으로 돌아가야 민주주의가 번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삼극위원회가 가지는 모든 주장과 이야기를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번영을 '순응성'에서 찾는 관점은 새로웠다.


이것이 바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말하는 '제도적 자제' 아니던가. '제도적 자제'는 신중하게 권력(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에 따르면, 나의 의지를 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을 쓰는 것을 뜻한다.


'제도적 자제'가 사라지고, '제도적 남용'이 넘쳐나는 이 땅에서 희망이 싹틀 수 있을까.

촘스키 : 다시 말해, 우리는 제도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통찰을 덧붙이자면, 경제 권력을 장악한 이들은 국가 정책의 주요 설계자로서 그 정책이 다른 이들에게 아무리 큰 고통을 안겨주더라도 자기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보호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제도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일종의 '광기'라고 본 촘스키의 주장에 동의한다. 제도의 틀 안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도 된다는 '무사제도주의'랄까.


그렇게 모든 것들이 아스라이 흐릿해져갈 때, 촘스키는 말했다. 정신차리라고, 시간이 없다고 말이다.

촘스키 : 우리가 당면한 표면적 문제들 이면에는 흔히 간과되지만, 훨씬 더 근본적인 도전과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환경 파괴와 핵무기 사용이라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하고도 긴급한 위기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주요 국가들이 효과적이고 진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못한다면, 그 어떤 국제적 논의나 제도 개혁, 지정학적 경쟁도 결국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제목 :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편>

저자 : 노엄 촘스키,C.J. 폴리크로니우

번역 : 최유경

출판 : 알토북스

발행 : 2025.07.10.

랭킹 : 인문 부문 13위[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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