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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결된 봄 Jul 14. 2020

해결된 봄:남편의 임신_ 혼자가 아냐

우주의 주인공 아내를 위해 공감하고 공부하고 공들이자. <임신 4주차>



 봄엔 꽃들이 그렇게 예쁘다고들 하고, 여름엔 바다가 그렇게 좋다고들 하고,
가을엔 단풍이 그렇게 아름답다고들 하고,
겨울엔 눈송이가 그렇게 설레게 한다고들 하는데,
난 그런 거 하나도 모르겠더라.

봄에도 그대만 예쁘고, 여름에도 그대만 좋고, 가을에도 그대만 아름답고,
겨울에도 그대만이 나를 설레게 하니,
난 그런 거 하나도 모르겠더라.


 최근에 아내에게 썼던 편지글 중에 아내가 좋아라 했던 글귀이다. 아내를 감동하게 하는 자체가 공감에 성공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다행히 며칠 일을 쉴 수 있게 되었다. 하나 둘 찾아오는 몸과 심리의 변화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닐 수 있다. 이 변화에 대해 잘 표현해 보려 해도 내가 겪지 않아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일단 하루 종일 아내의 컨디션을 살핀다. 아내는 결코 전과 같을 수 없다. 그러니 이 큰 대사에 있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한다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아내는 온 우주의 주인공이며 내가 사는 세상의 최고 신분이다.



 

 나도 그렇듯 아내도 임신이 처음이고 엄마가 되는 것도 처음이다. 함께 겪어나가는 일임을 늘 기억하고 늘 공감해야 하는 이유이다. 대학 시절 공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었는데 공감만으로도 가장 큰 위로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감하려면 공부해야 한다. 당X마켓에서 선배 맘에게 오천원에 득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책을 득템 하였다. 매년 1위 하는 책이라는 필독서. 믿고 본다. 여보는 절대 혼자가 아냐 라는 마음으로 임신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미 아빠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육아에 대해 조금만 공부해도 이게 아내한테 얼마나 몹쓸 짓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자궁이 없어서 직접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에 휩싸이며 스스로 죄인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모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늘 미안한 마음을 의식적으로라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의식과 함께 행동도 달라져야겠지. 퇴근하고 오면 녹초지만 더 아내와 가정 일을 돌본다. 전부터 잘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나는 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 아내는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오버다 싶을 정도로 떠받들자. 아내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들이자. 어차피 오버인 것은 아내가 적당히 거절한다. 나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라도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꼭 만나서 결혼하자. 대신 자기가 남자로 태어나줘.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내가 임신할게. 남자여서 미안해.




처음 뵙겠습니다


 피검사 이후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해야만 “임신입니다” 소리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고 임신임을 증명해주는 임신 확인서류를 받을 수 있다. 배아에서 태아가 되는 순간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고 긴장되는 가운데 아내가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분 들어오세요”라는 말에 처음 초음파실에 들어가 봤고 역사적인 순간을 만났다. 아기집과 난황이 제 위치에 건강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린 서로 말없이 안도했고 소리없이 환호했다. 예쁨아 안녕? 흐흐흫하하하흫하. 기대하던 말을 해주는 의사 선생님은 날개 없는 천사로 보인다.  



 첫 초음파 사진이다.(임신4주), 아기집과 난황이 보인다. 예쁨아 안녕?? 초음파 사진은 그 자리에서 바로 출력해서 준다. 실제 모니터로 볼 때보다 출력물로 보는 게 조금 더 잘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대박인 것은 산부인과에서 임신 어플을 지원해준다. 그 어플에는 초음파 영상이 담기는데 진료비 결제 후 확인하니 벌써 업데이트가 되어 있더라. 세상 진짜 좋다. 


 모두 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모수첩(엄마일기)를 겟했다. 이어 원무과에서 임신확인서를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결제가 즐거웠다. 아내는 다음 날 이 임신확인서를 가지고 보건소에 가서 엽산, 차량용 임신부 뱃지를 받아왔다. 지자체마다 지원 및 지급 물품이 다르다고 한다. 알고 보니 코로나로 인해 몇가지 지원해주는 부분이 잠시 제외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그래도 주는 게 어디야. 범사에 감사하라. 그리고 이 임신확인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서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았다. 안되는 은행도 있으니 알아보고 가는 게 좋겠다. 아내는 코로나의 위기를 감수하며 어떤 은행에서 40분을 대기했다가 겨우 창구에서 상담을 할 수 있었는데 그곳은 안된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가는 수고를 겪어야만 했다. 이런.. 어쨌든 이 카드는 산부인과 및 여러 지정된 곳에서 60만원까지 쓸 수 있는 정부에서 임산부에게 주는 바우처다. 나라에서 나름 저출산을 극복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아참, 이건 정말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는 팁이다. 각 자동차 보험사마다 자녀할인 특약이 있는데 임신이 확정된 순간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녀에는 태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나는 빛의 속도로 이 임신확인서를 제출하고 자동차 2대에 대한 보험금 각 13%씩 환급받았다. 21세기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스마트인으로서 당연히 어플로 환급을 진행 하려다가 답답해서 상담원 연결을 통해 환급받았다. 굳이 서두를 건 없는 게, 자녀 할인특약을 신청한 시점에서 환급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태아가 확정된 날 기준으로 환급을 해준다니 참고하시라. 여하튼 우리 복덩이 예쁨이가 벌써부터 돈 벌어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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