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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화국 시민들이여, 들어라 촛불을. 모여라 국회로.

[주장]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깨어있는 시민의 이름으로 종지부를

by 한량바라기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윤석열의 드라마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흉내 내기’가 클라이맥스로 달려가고 있다. 2년 전 시작되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1인 드라마는 사실 숨겨진 주연이 김건희 여사였음이 밝혀졌고, 지난 9월에는 또 다른 명품 조연 명태균이 등장하면서 위기 국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발단-전개-위기에 이어 절정이 시작되었다.


사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명태균의 등장으로 윤석열의 드라마가 이미 절정 단계에 들어선 줄 알았다. 그를 통해 알게 된 권력의 이면은 충분히 추악하고 기괴했으며, 그것만으로도 정권의 말로는 빤했기 때문이다.

영부인이 대통령 대신 국정농단을 하고 매관매직을 했으며, 경남의 한 필부가 국회의원 공천을 쥐락펴락하고, 영부인과 대통령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뒷담화를 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4선 국회의원의 월급을 ‘반띵’ 하고, 창원산단 등 온갖 이권에 뛰어들었던 정황 등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내놓으라 하는 유력 정치인들이 모두 그와 엮여 있다는 의혹이었다. 정치권의 해결사로 통하는 김종인, 10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 보수의 차세대 리더라는 이준석 등 모두가 명태균과 부적절한 거래를 한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보수 인사들의 추악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명태균이 구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도 없이 보도되는 어처구니없는 사실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드라마는 그대로 끝나게 될 것이라 예측했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론은 비극으로 정해져 있었다. 12월 3일이 오기 전까지는.


12월 3일 쿠데타와 새로운 주인공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사령관은 포고령을 내린 뒤 국회와 중앙선관위로 군대를 보냈으며, 언론인 김어준을 잡고자 했다. 국회의원을 잡아들여 계엄령 해제를 막고, 선관위 서버를 털어 4월 총선이 부정선거임을 밝힌 뒤 국회의원을 제명하고, 김어준을 처단하여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자 했다.


이때 드라마의 마지막 주인공이 나타났다. 바로 촛불을 든 시민들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그날 밤 새로운 주인공의 등장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계엄 내리기 전에 학습했을 12.12 쿠데타에서 시민들은 얌전히 집에서 잠을 자다가, 다음날 하루아침에 뒤바뀐 세상에 또 적응해 나가던 수동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3일 국회에 등장한 시민들은 그의 상상과 달랐다. 80년 광주항쟁의 아픔을 통해, 87년 6월항쟁의 아쉬움을 통해, 그리고 2016년 탄핵의 성공을 통해 업그레이드 되고 진화된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당당히 계엄군의 총부리 앞에 섰다.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려면 나부터 밟고 가라고 외쳤으며, 하나 되어 국회를 둘러쌌다. 민주 시민의 일원이기도 한 군인 개개인은 부당한 명령에 주저했고, 시민들과의 충돌을 애써 피하고자 했다. 군인으로서의 본분과 시민으로서의 양심의 괴리가 그들의 행동을 굼뜨게 만들었으리라.


12월 4일 새벽 1시 1분. 국회는 여야 국회의원 190명 참석에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시민들이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고, 190명의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공화국을 내란세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였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그렇게 시민들에게 각인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켰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문제는 아직까지도 그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란수괴라고 할 수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전하는 바에 의하면 사과는커녕 자신이 잘못한 게 뭐 있냐고 되려 화를 내고 있다고 한다. 시시하게 중간에 무릎을 꿇는 악당보다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버티다가 퇴장하는 인물을 택한 듯 하다.


이제는 명태균의 시간도, 대통령의 시간도, 국회의 시간도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 규정해 놓은 주권자 국민의 시간이다.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임해 놓은 최고 권한을 수거할 때가 되었다. 형식적으로는 국회의원이 탄핵이라는 방법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직무정지 시키겠지만, 이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의 지엄한 명령이다.


시민들은 이제 드라마의 마지막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대통령 윤석열에게 파면을 외쳐야 한다. 40여 년 만에 비상계엄을 하고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무도한 대통령에게 더 이상 자격이 없음을, 대한민국 국민은 더이상 그를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8년 전 겨울을 떠올리며 그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왜 지금은 그렇지 않냐고들 한다. 앞선 글에 지적한 바 있지만 첫 경험이 아닌 터라 역치가 높아진 탓이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그 역치를 넘어 시민들에게 역사적으로 각인되어 있던 민주주의의 유전자를 활성화시켰다.


온갖 sns에서 7일 촛불집회는 어디로 가면 되냐고 많은 시민들이 묻는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들에게 답해야 한다. 모이자. 모이면 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80년 광주의 영령이 우리를 지켜주고, 4.19의 영령 역시 응원을 보낸다. 이제 우리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이 드라마의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비극적인 결말이 아닌 희망이 보이는 해피엔딩으로.


우리 모두 7일 15시 국회 앞에서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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