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코드를 짜고, 어떤 사람은 디자인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데이터를 분석한다. 실리콘밸리의 하
하루는 이런 ‘만드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그런데 질문이 하나 생긴다. “그 사람들은 뭘 만들지 어떻게 아는가?”
정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만드는 사람 뒤에는 ‘연결하는 사람’이 있다. 정보를 찾아내고, 정리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이들이다. 그리고 그 연결하는 사람 뒤에는 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슬이 반복된다. 결국 모든 단계에서 성공을 좌우하는 건 하나다. 소통 능력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침묵조차 메시지다.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해석’한다. 그 해석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정보의 공백을 소문이 채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통제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건 내가 기여하는 메시지를 잘 가꾸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침묵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품질 좋은 소통을 하는 게 낫다. 완벽은 불가능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대부분의 정보를 대부분의 시간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큰 청중 앞에서는 모두가 같은 깊이로 몰입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제목만 보고, 어떤 사람은 요약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세부 설명까지 본다. 그래서 핵심 → 요약 → 상세로 층층이 쌓아야 한다. 회의나 전체 회의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주제와 몇 가지 포인트, 그리고 상세 내용. 이렇게 해야 듣는 사람이 자기 관심 수준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당신의 메시지는 회의실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거기서 들은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다시 말한다. 그래서 쉽게 기억되고 정확히 반복할 수 있는 짧은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달의 전달’이 일어날 때 메시지가 살아남으려면, 형태와 내용이 단단해야 한다.
모든 청중에는 비판적으로 듣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게 틈을 주면,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틀린 해석이 만들어지고 퍼진다. 발표 전에, 글을 쓰기 전에, 내가 한 말을 가장 냉소적으로 해석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틈을 메워라.
광고업계가 오래전부터 아는 사실 하나. 중요한 메시지는 여러 번 들어야 남는다. 말로 하고, 글로 쓰고, 그림으로 만들고, 심지어 포스터로 붙인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흡수하므로, 채널을 다양하게 쓰면 닿는 폭과 깊이가 커진다.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중요한 말을 해도 닿지 않는다. 정기 회의, 이메일 리스트, 공용 게시판… 어떤 형태든 미리 다듬어 두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정말 중요한 내용만 올려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여기엔 꼭 봐야 할 것이 있다’고 믿는다.
리더들이 흔히 하는 실수 하나.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말하지 않는 것.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그 사이에 소문은 이미 퍼지고 사람들의 불안은 커진다. 사람들은 불완전한 정보는 견디지만, 정보가 없는 건 견디지 못한다.
내가 말했는데 사람들이 엉뚱하게 이해했다면, 그건 청중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의도한 것과 다르게 받아들였다는 건 메시지를 잘못 설계했다는 뜻이다. 그럴 땐 겸손하게 되물어야 한다. “어떻게 이해하셨나요?” 그리고 차이를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