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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의 몰락 – 라플라스의 꿈에서 혼돈의 발견까지

by Jhoon

라플라스의 꿈 – 완벽한 예측의 시대

18세기 말, 인류는 과학의 무기 앞에서 세상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는 그 믿음을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만약 우주의 모든 입자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고, 그들에게 작용하는 모든 힘을 계산할 수 있다면, 과거와 미래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전지적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불렀다. 뉴턴의 운동 법칙이 지배하는 시대, 행성의 궤도도, 포탄의 궤적도, 시계추의 진동도 모두 방정식 속에 질서 있게 갇혀 있었다. 라플라스의 꿈은 당대 과학이 품은 가장 화려한 약속이었다.

균열을 낸 푸앵카레와 삼체문제

그러나 19세기 말, 또 다른 프랑스 수학자 푸앵카레가 이 꿈에 처음 금을 냈다. 그는 ‘삼체문제’를 붙잡았다.
태양, 지구, 달처럼 세 개의 천체가 중력으로 서로 얽혀 움직이는 궤적을 풀어내려 한 것이다.

두 개의 천체라면 뉴턴 역학은 완벽한 해답을 준다.
하지만 세 번째가 끼어드는 순간, 계산은 예측 불가능한 늪으로 빠져든다. 머리카락 굵기만큼의 초기 조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궤도로 변한다.
완벽한 측정은 불가능하다. 그 미세한 오차가, 결국 모든 예측을 무너뜨린다.

혼돈의 발견과 나비효과

이 불안정성은 훗날 ‘카오스’라 불리게 된다. 20세기 중반, 기상학자 로렌츠는 날씨 예측 프로그램을 다루다 이 현상을 다시 만났다. 그는 나비의 날갯짓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비유로 세상에 알렸다. 이른바 ‘나비효과’다.

삼체문제는 혼돈 이론의 상징이 되었다. 세 개의 천체는 한동안 안정적으로 도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패턴이 무너진다. 법칙은 변하지 않지만, 결과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정론 위에서 예측 불가능성이 춤을 추는 순간이다.


우주는 법칙과 신비 사이에 있다

라플라스의 악마는 더 이상 전능하지 않다. 설령 모든 데이터를 손에 쥔다 해도, 오차는 증폭되어 머지않아 미래를 가린다.

현대 과학은 혼돈이 날씨와 생태계, 경제와 심장박동까지, 자연의 깊숙한 곳마다 숨어 있음을 알게 됐다. 푸앵카레의 발견은 단순한 수학의 진전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 사건이었다.

라플라스의 꿈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내일의 날씨, 다음 주의 조류, 몇 년 뒤의 행성 궤도를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안다.
우주는 한 번도 정지한 적 없는 생명체처럼, 요동치며 신비를 품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자연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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