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이상 Oct 30. 2022

PART 6. 끝나지 않은 중독

강박 구매의 숨 막히는 긴장감

중독의 파고를 지나온 현재의 나는 강박적인 구매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여전히 내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에서 시선을 때지 못한다.


가을이 깊어진 10, 2 만에 헤어숍에서 염색과 커트를 하고 바람에 날아갈  가벼워진 마음으로 평소 좋아하던 편집숍으로 향했다. 가던 길에 가본  없는 편집숍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고 들어선 순간 푸들을 연상하게 하는 컬러와 질감의 부클레 소재의 오버사이즈 풀오버 스웨터가 눈에 들어왔다. 네크리스가 오픈칼라 셔츠로 디자인된 유니크한 디자인이 눈을   없게 했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가격표를 찾았고 그 순간 두근거리던 심장마저 멈추고 내 주위에 정적이 감돌았다. 내 뇌는 옷을 본 순간 작동을 시작해 예상가와 나를 위해 허용 가능한 구매가를 빠르게 인출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가격표를 확인한 순간 갑자기 평온이 찾아왔다. 절대 내가 살 수 없는, 사서는 안 되는 가격이 나를 빠르게 현실로 되돌려 놨다.


그리고 한참을  풀오버 스웨터가  뇌에 자리를 틀었다. 사실  달이  가고 있는 지금,  순간에도 여전히 나는 뇌에  구석에  옷이 머물 자리를 만들었다. 순전히 나만을 위한 은밀한 공간이다. 은밀한 공간은  욕구를 조절하는 최소한 자구책이다. 그보다는 욕구 발산이 이뤄지기 전의 잠복기라고  있다.    


11월이 지나 12월에 들어서면 늘 그렇듯 그 편집숍의 세일 시작 일정을 체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세일 공지가 뜨면 사이트에 들어가 그 제품이 세일 품목에 포함되는지, 혹시 솔드아웃된 것은 아닌지 확인할 것이다. 솔드아웃 공지가 뜨면 그 옷 브랜드 이름을 다른 편집숍에서 검색해 판매 중인 곳을 찾을 것이다. 나는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


 쇼핑중독심리 장애 범주  ‘강박구매 포함된다. 쇼핑중독으로 불리지만 학술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강박 구매와 충동 구매가 중독적 구매를 지칭하는   전문적인 용어라고   있다. 구매에서 강박과 충동의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R. J. Faber  차이를 명료하게 정의했다. 충동 구매는 일반화되고 일상적인 행동으로 누구나 경험할  있는 구매 양상이다. 강박 구매는 이보다 병리적이다. 통제할  없는 구매 욕구를 경험하는 심리적 장애로, 강박 구매자는 어떤 품목에 대한 구매욕이 솟구칠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구매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은 긴장이 해소되지 못하고 지속된다.*


누군가는 긴장쯤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강박 구매는 불편한 기분에서 끝나지 않고 불안, 약물남용을 초래할 수 있고 섭식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뿐 아니라 성격 장애로 진전될 수 있다.** A. Mueller는 강박 구매가 재정적인 문제는 물론 정신적, 사회적, 직업적 문제를 초래하며 때로는 법적 문제까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한창 쇼핑중독에 빠져있을 때는 체중에 집착했고, 주위에서 쇼핑중독 혹은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꺼낼라치면 공격적으로 돌변해 항변의 말을 늘어놨다. 결국 해결되지 않고 밀려올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남겨 놓은 채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Ronald J. Faber. Wiley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Marketing. 2010.

** https://pubmed.ncbi.nlm.nih.gov/11465011/ 

*** A. Mueller, et al. in Encyclopedia of Behavioral Neuroscience, 20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