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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An Aug 11. 2018

[심리학] 과연 시간이 실재할까?


이전 글에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간뿐 아니라 주관적인 시간을 경험하면서 시간을 서로 다르게 체감한다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습니다. ‘과연 시간이 실재할까?’ 인간의 정신작용은 추상적 요인에 의해 구성됩니다. 그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믿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일종의 집단 믿음인 셈이지요.


돈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지요. 돈이 과연 실재할까요? 돈은 그저 종이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돈’이라고 믿는 순간 종이가 아닌 돈으로 인식됩니다. 한 때 화제가 되었던 비트코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비트코인이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화폐로 인식했을까요?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여서 화폐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가치가 폭증하였습니다.


한국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한다고 가정해보도록 하지요. 계산을 할 때, 한화를 점원에게 제시하면 당연히 물건을 구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달러를 제시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점원은 잠시 당황하겠지만, 이내 여기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달러가 미국에서 통용되는 화폐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점원이 모르는 유럽 국가의 화폐를 제시한다면 어떨까요? 점원은 돈인지 아닌지도 모를뿐더러 당연히 결제가 안 된다고 말하겠지요. 그러고는 계산을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점원에게 제시한 것은 사용되는 국가만 다를 뿐 모두 ‘돈’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돈이라고 생각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돈이 될 수도 종이가 될 수도 있었던 것입니다. 시간 또한 마찬가지로 실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기준을 만들고 공통적인 믿음에 의해 그렇게 인식될 뿐입니다.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시간에 대한 추상적인 믿음을 제외하면 인간에게 실재하는 것은 ‘순간’ 일뿐입니다. 이미 지나간 순간이 있고, 체험을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있으며, 다가올 순간만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과거, 현재, 미래’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어바웃 타임》이라는 유명한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에 원하는 과거로 돌아가서 그 당시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을 시도했습니다.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라는 영화의 주인공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했던 행동과는 다른 행동을 시도합니다.


이처럼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무수히 많습니다. 특히, 과거로 돌아가서 이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비율이 상당히 많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지, 시간 여행으로 과거를 변화하고 싶은지에 관한 열망을 반영하여 대리 충족해줍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이내 마음속에 변화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한번 지나간 과거는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가끔 질문하곤 합니다. ‘만약 내가 과거에 이렇게 행동했다면 지금은 어떨까?’, ‘만약 내가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할 걸, 이렇게 했었다면,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할 거야.’라고 다짐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에 얽매이고 되새기면서 정작 중요한 시간은 ‘지금’을 놓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과거로부터 배우고, 교훈을 얻고, 과거를 과거로서 흘려보내주는 일입니다.


인간이라면 미래에 얽매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 만약 저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지?’라며 걱정합니다. 하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심지어 미래에 정교하게 계획해놓았던 일도 수많은 변수에 의해 변합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면서 정작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셈이지요.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며, 불확실합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그렇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미리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놔두었다가 일이 일어나면 해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과거는 현재의 연장선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장선의 고리는 현재 이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변합니다. 즉, 지금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미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순환 고리를 형성합니다. 선순환 고리가 새롭게 형성되면 삶이 변화하지요.


지금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은 간단합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순간과 시간을 생생히 현실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용한 질문은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면?’입니다.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과거에 얽매여서 낭비할 시간도 없고,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영화의 주인공보다 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결과도, 새로운 삶도 지금 이 순간 변화할 수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지금(Present)을 선물(Present)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요? 선물 같은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라는 교훈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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