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라는 단어가 지닌 거리감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곳을 풍경이라 부르지 않는다. ‘여기'서 '저기'를 바라볼 때, 여기 있는 내가 속하지 않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것을 풍경이라 말한다. 다시말해 풍경의 외부인 동시에 주변, 즉 속하지 않으면서 멀지도 않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풍경을 관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결코 자신의 풍경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의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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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보통의 풍경과는 다르다. 내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곳, 바라만 보는 풍경(하늘)에서 내가 속한 곳, 타인의 풍경을 보는 것이다. 이는 내가 될 수 없었던 '나의 풍경'이 되게 해 나를 확장시킨다. 따라서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엄밀히 말하면 풍경이 아닌 장면sce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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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멀어지는 풍경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는 풍경
그러나 내가 이미 도착해있는 풍경
도착해 있지만 볼 수 없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