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들기
사실 결혼하고 나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다. 원래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나도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그냥 부부끼리 즐겁게 생일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약 7년 뒤 어머니의 압력이 심상치 않았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 어머니는 아들인 나를 낳기 위해 위로 누나 두 명이 생겼고, 나 또한 그러길 기대하셨는지 아이를 갖지 않는다 하니 실제 시름시름 원인 모를 병까지 얻으셨다.
자식 이기는 부모도 없지만, 부모 이기는 자식도 없으리라. 자연스레, 아이를 갖게 되었다. 아들이 생기기 전 희망 성별은 딸이었다. 뭔가 Daddy's girl이라 부르는 딸에 대한 로망이 있었을까? 그런데, 막상 아들이 생기니, 너무 좋다. 이제 딸을 낳았으면 실망했을 것 같은 기분이.... 그리고 아마 아들을 바라는 어머니의 희망도 같이 충족시켜 드렸으니 무척 잘 된 셈이다.
아들을 낳고 내가 즐겨 찍는 사진은 바로 이런 장면이다. 남들이 보면 특별할 것 없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일상이다. 특히 필름으로 담은 일상은 너무 행복하다.
코로나 때문에, 대형 몰의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야외로 나와 덜덜 떨며 먹은 음식이 기억난다. 아들과 이런 추억이 하나하나 모여 행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짧은 여행에서 찍은 사진. 아들과 함께 욕조에서 즐겁게 즐기다, 이 장면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아들과의 추억을 하나 둘 모은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가 끝나고 소소한 소원이 있다면, 아들과 단둘이 1박을 하며 산이든 들이든 자연을 보고 사진도 담고 이야기고 하고 싶다. 사춘기가 오면 어찌 변할지 모르니 아직 아빠를 친구처럼 생각할 때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참 급하다. 그 마음도 모르고 코로나는 끝날 줄을 모른다. 소중한 추억은 한가득이지만, 마음에서는 지우고 싶은 2020년. 내년 이맘땐, 그땐 그랬지라며 무용담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