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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feat. Leica M10

by Allan Kim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강에 추억이 많다. 한강이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 한강은 그냥 나에게는 자전거를 대여해서 탈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 뒤로 대학생이 되어서도 시간이 될 때마다 한강을 탐했다.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도 한강을 물끄러미 보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도 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행복을 만끽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늘 한강으로 데려갔다. 심지어 계절도 가리지 않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에도 한강에서 강을 바라보며 젊은 시절을 즐겼다. (물론, 친구는 추운 겨울에 두 번 다시 한강에 오고 싶지 않다며, 나를 괴짜 취급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Leica M10

얼마 전 한강에서 사진 촬영이 있었다. 촬영 전에 잠시 한강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한강의 풍경과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지금은 꽤 잘 정비된 공원이 되었고 한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Leica M10


Leica M10

한강은 해가 지는 순간부터 해가 지고 난 직후까지가 참 매력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 때문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Leica 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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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진 직후의 한강은 더욱 매력적이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지내서 시끄럽고 바쁜 도시를 미워하게 될 무렵 다시 도시에 정을 붙인 것도 한강의 야경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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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다가, 갑자기 슬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고 짐작하고 있는 사건이 있지만, 자세히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떤 슬픈 일이 있었더라도 한강은 이런 슬픔까지 포옹해줄 거라 믿는다. 나의 20대부터 현재까지 그러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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