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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Oct 05. 2021

판교 신혼부부 vs 파이어족

요즘은 신조어도 참 많다. 얼마 전 "현질"이란 말을 들었다. 도저히 의미를 유추할 수 없어 찾아보았더니 게임에서 레벨 업 등을 위해서 현실 세계에서 게임머니를 구매하는 등의 행위를 현질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질의 즐거움에 빠져 사는 사람도 꽤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이야기다.


또 최근 들은 단어 중 판교 신혼부부란 단어가 있다. 판교 신혼부부 룩 등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판교에 신혼부부가 많이 살아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독특한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다음은 내가 찾은 판교 신혼부부의 정의이다.


판교에 사는 젊은 부부로 부부가 모두 맞벌이로 대기업에 다니고, 30평형대 집에 살며, 장은 판교 현대백화점 지하에서 보고, 주말은 인근 카페거리에서 우아하게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을 판교 신혼부부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과 유사한 삶을 사는 사람을 판교 신혼부부 같다. 혹은 룩 등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분당 정자동 카페거리

사실 판교의 집값은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대기업 임원(직원이 아닌 임원이라도)이라도 저축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연히 금수저라서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판교에 집을 구매할 수 없다. 모두 선망하는 대기업에 다녀도 이럴진대 일반적인 중소기업에 근무한다면 판교에 집 한 채는 더욱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우울증을 유발한다. 나와 비교되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될 수 없는 세상 사람을 보면서 우울증을 느끼는 것이다. 어디 살면 어떤가? 좋아하는 곳에 살면 되지 않는가? 판교 식품관에서 장을 보지 않으면 어떤가? 오히려 집에서 편하게 클릭 몇 번 하면 새벽에 신선한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근사한 카페에서 브런치 안 하면 어떤가? 아니 백번 양보해서 차 타고 판교 카페거리에 가서 브런치 하면 되지 않는가? 그 정도야 누구나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자꾸만 이런 용어가 생겨나는 것 자체가 참 불편한 세상이다. 나도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누구와 비교하면서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난 분당 판교지역에 살지만 오히려 브런치는 광화문으로 나간다. 맛난 커피, 예쁜 사진도 찍으며 옛 거리를 걷는 것이 판교 카페거리보다 훨씬 좋다.

<파이어족>

판교 신호부부가 약간 럭셔리한 삶을 대표한다면 반대의 삶도 있다. 직장 다닐 때 번 돈의 대부분을 저축해서 40대 은퇴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다. 일명 파이어족이다. 예전에 내가 Playing with Fire 란 책을 읽고 리뷰할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파이어족이 낯선 말이었는데, 이제는 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https://brunch.co.kr/@allankim/58


하지만, 파이어족도 장단이 있다. 너무 현재 버는 수익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놓친다. 꼭 화려하지 않더라도 가족 여행이라든지, 외식이라든지 등 작은 행복이 모여 미래에 재산이 된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모두 희생하고 일찍 은퇴하면 추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양쪽 모두 극단이라고 생각된다. 현재를 무조건 희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또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문제의 근원은 타인과 비교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만일 판교 신혼부부 용어를 듣고 부러움을 느끼거나, 파이어족 이야기를 듣고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SNS를 끊고 현재에 충실하자. 행복은 쫓는 것이 아니다. 이미 행복은 나에게 도착해 있다. 나만 그걸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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