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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Apr 12. 2020

No Show, 약속

A promise is a promise

나는 약속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특히 시간 약속에 대해서는 강박 관념이 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약속 시간 20분 이전에 도착하는 버릇이 있다. 급하게 서둘러 어딘가 도착하면 마음이 들떠있다. 하지만, 조금 일찍 도착하고 심호흡이라도 하면 약속 시간이 되면 편안하게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기분이 참 좋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낯선 사람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다. 그 대상이 촬영 의뢰인일수도 있고 또 내가 고용한 모델일 수도 있다. 그럼 "약속"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떤 이는 약속을 무척 가볍게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순간 취소하는 사람이 그렇다. 


촬영의 경우이든 업무 미팅의 경우이든 약속을 하면 그냥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언가 약속을 위해 준비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취소하면 약속을 위해 준비한 모든 시간이 낭비된 것이다. 다음 미팅을 할 때 그대로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새로 정해지면 새로 준비를 해야 한다.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7시 45분, 8시에 진행하기로 한 촬영 준비를 시작했다. 촬영을 하기로 한 모델이 이 장소를 잘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되어 주변의 편의점, 큰 건물 등을 사진을 찍어 문자를 보냈다.


8시, 아직 조용하다.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8시 5분 아직 약속한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락도 없다. 야속하게도 풍경은 왜 이리 아름다운지. 오늘 촬영했다면 기가 막힌 촬영이었을 텐데, 맑은 하늘과 오렌지 빛 태양이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 Perfect day 였던 것이다.


모델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전화기가 꺼져있으니, 음성 사서함...."

조금 당황했다. 아침부터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있을 수 있을까? 사고를 당했나? 혹시 핸드폰 충전이 되지 않아 배터리가 중간에 죽었을까 봐 약속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기다렸다. 8시 30분, 아직도 핸드폰은 죽어있다.


사실 모델과 촬영을 할 때 늦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물론 사유는 다양하다. 지리에 약해서,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그런데 "No Show"는 처음이다. 그것도 처음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두 번이나 만났던 사람이 그러하니 당혹스럽기만 하다.


어제저녁까지 연락이 없다. 피치 못할 사고가 생겨서 문자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실망이 컸다. 사람과 사람 간의 최소의 예의도 없는 것 아닌가? 


사실 촬영을 강요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가능하면 하면 되는 것이고 할 수 없으면 거절하면 된다. 그럼 나는 또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새벽부터 "No Show" 라니..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미국에 어느 엄마의 이야기이다. 멀쩡하던 딸이 갑자기 몸에 마비가 오기 시작했다. 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곧 손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여러 의사를 전전했지만, 엄마는 딸이 곧 식물인간이 될 것이고 4시간마다 죽처럼 된 음식을 먹여 주어야 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딸이 갑자기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한 말이다.


"Promise me, Mommy. I am so scared, Will you take care of me?"

엄마가 말했다. "Of ourcse, my dear. A Primise is a promise."


너무 무섭다며 자신을 돌봐 달라는 약속을 해 달라는 딸에게 엄마는 말했다. 그런 엄마가 꼭 약속할게. 그 말을 한 날 저녁부터 딸은 말도 할 수 없고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오프란 윈프리 쇼에 소개되기도 하고, Dr. Wayne Dyer 씨가 이에 대한 책을 쓰고 수익금 일체를 딸 병원비용으로 사용하도록 기부를 한 바도 있다. 결국 엄마는 오랜 시간 동안 딸 옆 의자를 지키며 4시간마다 영양제를 딸에게 주며 극진한 간호를 한다고 한다.


물론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약속을 지킬 수 있었겠지만, "약속"의 의미를 다시 상기하게 하는 감동적인 사례였던 것 같다.


"약속"은 타인에 대한 배려이다. 별생각 없이 약속 시간에 늦거나, 마지막 순간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지키지 않거나 특히 "No Show"는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잔인한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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