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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09. 2020

같은 카메라/렌즈가 있으면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Identity Theft

아마 사진 취미를 갖고 있고 조금 좋은 카메라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카메라가 좋아선 그런지, 사진 너무 멋있습니다!


뭐 전혀 다른 말은 아니다. 고가의 카메라에 있는 센서와 첨단 광학 기술을 넣은 렌즈가 핸드폰 카메라와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같은 카메라와 같은 렌즈를 주더라도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가 라이카 관련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니 자연스레 내 블로그를 참고해서 카메라를 구매했다는 사람이 다수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몇 명은, 내 블로그에 소개된 사진에 매료되어 자신도 같은 렌즈를 구매했는데, 사진의 결과가 전혀 다르다며 어떻게 찍어야 하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 내 블로그의 사진 스타일, 사진 캡션(사진 아래 카메라 기종/렌즈 정보) 및 블로그 포스팅 스타일 (글꼴 Layout 등)을 따라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내 스타일이 지적재산을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조금 신경 쓰일 정도로 문체 및 스타일을 복사하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내 카메라 가방, 소품 등까지 똑같이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Nikon FM2, Kodak Portra 400 필름


아주 오래전 있었던 일이다. 내 사업 중 일부 IT Solution 일을 돕던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내 기대와 달리 내가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내 시간을 낭비하는 요인이 되었다. 하지만, 워낙 성실해 보여서 선의에서 그 사람에게 내가 알고 있는 Know-how를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같이 거래처를 다니며 미팅하며 마치 도제처럼 가이드를 제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람이 뒤에서 내 흉내를 내며 내 사업을 가로채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미국의 거래처에 내가 일을 일부러 방해하고 있다는 모함을 하며 내 자리를 노리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참 기가 막혔다. 도의적인 부분을 떠나, Identity Theft 즉 신분을 도둑질하려는 정황이 무척 황당했다. (물론 평소 늘 정직하게 일을 했던 내 스타일을 잘 알고 있던 미국 업체는 모함의 이메일을 무시했다!)

다행히 그가 내 흉내를 낼 수는 있었더라도 내 가치를 지니지는 못했다. 자연스레 미국 업체도 한국의 고객도 그를 믿지 않았고 그는 자연스레 업계에서 정리가 되었다. 어설픈 껍데기였기 때문이다.

이 일화를 소개한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리 같은 카메라/렌즈를 갖고 있더라도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을 모방하는 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단순히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작품을 담을 수 있는 시선을 오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매력적인 건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사진을 즐기며 새로운 장비를 구매하는 건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사람처럼 사진을 찍고 싶어 그와 동일한 장비를 구성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매일 사진을 찍고, 어제보다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멋진 작품을 Copy 하는 것보다 어설프더라도 진짜 내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독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Leica M10, Super-elmar-M 1:3.4/21 as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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