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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Sep 26. 2019

엄마 간식 챙겨드리기

엄마가 저녁에 데이케어센터에서 오시는 시간은 8시. 아침8시에 가시니 꼬박 12시간을 계신다. 지겹기도 하실터인데 어쩔 수 없다 생각하시는지 안가겠다고 한 적은 없다. 토,일요일은 집에 계시는데 어쩌다 내가 바빠서 토요일도 가시도록하면 두말 않고 따라나선다. 영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센터의 일정은 어디나 대동소이할텐데 엄마가 가시는 센터에서는 아침에 등원하면 국민의례와 함께 일과를 시작하는데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게 한다. 치매방지를 위해 가사 암기를 시키는 목적인듯한데 엄마는 4절까지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신다. 다만 목소리가 나오지않아 속삭이듯 부르신다. 그러고 나면 아침 체조, 간식, 오락 프로그램 하나 하고, 점심먹고 양치하는데 두어시간 걸리고 오후 낮잠 자고, 프로그램 또 하나 하고 간식먹고 화장실 한 시간에 한번 가고 하면 바쁠 터이다. 안봐도 눈에 선하다. 저녁식사를 5시반쯤 하시고 1차 송영이 시작된다. 엄마는 1차에 못 오시니 쉬시다가 7시부터 집에 올 준비를 하면 센터에서 하루 일과 끝이다.

집에 오시면 일단 옷 갈아입고 조금 쉬셔야 한다.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오기 때문이다. 조금 쉬고 일어나면 과일과 저녁간식을 준비해서 드신다. 제일 좋아하는 간식은 고메핫도그인데 항상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두지만 가끔 아들 녀석이 홀랑 먹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면 대용으로 떡볶이를 해드린다. 소스까지 들어있는 국물떡볶기 떡을 사다가 양배추, 양파, 부산어묵을 풍부하게 넣어 해드리면 잘 드신다. 한 입에 먹기좋게 자그마하게 딱딱 잘라드린다. 빵, 떡, 과일, 과자, 요플레, 곶감 등 계절에 따라 몇가지씩 사다놓고 돌아가며 드리면 마다하시는 적은 없다.

아이들 어릴 때 학원 다녀오면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늘 간식을 챙겨주셨는데 간식드시는 엄마를 보니 콧날이 시큰하다. 3명을 중고등학교까지 20년 그렇게 돌봤으니 20곱하기 3해서 60년어치 보상을 받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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