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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Nov 01. 2019

엄마 입맛이 바뀌었네!

엄마 입맛이 변하고 있는건가?

냉장고 정리를 하면서 켜켜이 쌓인 나물반찬과 냄비째로 들어있는 국을 다 버렸다. 요즘 엄마가 국과 반찬을 잘 안드시길래 내가 요리솜씨가 없어서 맛이 없나보다했다. 내 입에는 맛있는데. 나야 요즘 다이어트중이니 뭔들 안 맛있겠나 하면서 남은 반찬을 매번 냉장고에 넣었다 뺐다 했다. 서너번 그러고 나면 결국 쓰레기통으로 간다. 식사때마다 엄마밥상, 막내반찬, 내 다이어트식 이렇게 세가지 밥상을 차리느라 끙끙대던 나는 은근히 부아가 났다.

얼마전부터 엄마는 차려드린 밥을 숟가락을 대는둥 마는둥 한다. 그렇다고 식욕이 없는건 아니다. 간식을 잘 드시고 빵이나 과자류를 드리면 번개같이 없어진다. 처음엔 안 먹을 것처럼 쓱 밀어놓았다가도 침대 머리맡에 두고 나오면 언제 그랬냐싶게 다 드신다.

저녁에 센터에서 오면 먹을걸 찾으신다. 5시에 저녁을 드시니 집에 와서 8시쯤이면 출출할 법도 하다. 간식에 대한 취향도 점점 범주를 좁혀 뚜렷해진다. 달콤한 과일, 과자, 빵류를 찾는다. 간을 한 야채음식이나 국수류도 별로 안 즐기신다. 국수는 엄마가 최고로 좋아해서 아침에 식은 국수도 마다 않았는데 신기한 일이다.

몸에 좋지는 않을 것 같아 과자류는 잘 안드렸었다. 엄마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데 요즘은 내놓기 무섭게 봉지째 드셔서 과자를 사오면 숨겨놓고 그릇에 조금씩 덜어드린다. 토마토도 꼭 설탕을 뿌려야 드시고 치즈가 들고 캐첩이 뿌려진 핫도그를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매일 드려도 마다 않는다. 제과점에서 찹쌀 도너츠를 사다드렸더니 단숨에 드셔서 물을 중간중간에 강제로 드시게 할 정도였다. 대체로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좋아하시는 것같다.

나이 들수록 후각 기능이 떨어지고 미각세포도 수가 감소하면서 기능이 퇴화한다고 한다.

'65~80세의 60%, 80세 이상의 80%는 젊었을 때 후각 기능의 10%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면 음식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입맛이 떨어진다. 미각세포 기능이 감소되는 것도 원인이다. 혀에는 8000개의 미각세포가 있는데, 45세 전후로 그 수가 감소하고 기능이 퇴화한다. 특히 짠맛, 단맛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
-출처:헬스조선-

엄마의 식탁 메뉴를 바꿔야할 것같다. 지금까지 내가 알던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상을 차려드렸는데 이제 새로운 맛들을 경험하게 해드려야 한다. 인생이 몇번의 단계를 거치며 변화하는데 왜 늘 먹던것만 먹으란 법은 없지 않겠나? 때론 실패하겠지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아침에 막내에게 참치 마요 덮밥을 해주며 예전 같으면 엄마 밥과 국은 따로 차려드렸을 텐데 둘이 똑 같이 아침상을 차렸다. 엄마는 반쯤밖에 안드시고 그릇을 밀어놓는다. 입에 안 맞단 긴가? 오늘은 절반의 성공이다. 나의 다이어트식인 고구마를 하나 까드렸더니 맛나게 드신다. 아침은 그만하면 됐다.

이제 또 하나의 도전거리가 생겼다. 엄마가 좋아하는 퓨전요리 만들어 보기다.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리저리 구성해서 하나씩 해드려 봐야겠다. 또 모르지 않는가? 혹시 내 안에 요리감각이 조금이라도 발견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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