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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May 30. 2019

당신 몸 위해서는 보약 한 대접 안 드신 엄마

자식들 위해서는 몸에 좋다는 것은 다 챙겨주셨네

아들과 나는 아침마다 홍삼 즙을 한 봉씩 먹는다. 엄마는 신약을 장복하시기 때문에 인삼 드시는 것이 조심스러워 안 드린다. 아침에 여섯 알 점심 저녁에 다섯 알씩 일 년 365일 하루도 안 빼고 약을 드셔야 신체 기능이 유지된다니 약이 밥이다. 엄마를 수발하면서 건강이 소중함을 실감했고 처음으로 뭔가 몸에 좋은 걸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워낙 평소에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류 먹는 것을 질색을 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홍삼액과 눈에 좋다는 루테인을 먹고 있다. 눈이 나빠지면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인 책을 못 보니 세상사는 낙이 없을 듯하여 챙긴다. 그래도 평소 습관이 안되어 있다보니 빼먹기 일쑤다.     


엄마는 당신을 위해 보약 한 제 지어 드신 적이 없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릴 때 일 년에 한 번 씩 꼭 용이 들어간 한약을 지어 먹였다. 그리고 고향인 풍기에 단골 인삼집이 있어 해마다 가을이 되면 일 년 먹을 인삼을 사러 내려간다. 풍기 장날에 맞춰 가면 각종 나물, 잡곡, 참기름, 들기름을 싸게 사는 데 질도 좋고 양도 많다. 인삼은 선물 할 곳은 하고 또 사다 달라는 단골도 있어서 여러 채를 산다. 선물용은 6년근 정품을 사지만 우리 먹을 것은 잔뿌리가 붙거나 약간 상처난 것들, 모양이 잘 빠지지 않은 것 들을 저렴한 값에 단골집에서 챙겨준다. 집에 와서는 생삼을 깨끗이 씻어 꿀에 재거나 삼계탕용으로 말리기도 하고 가루를 내서 한 숟가락씩 먹기도 한다. 우리가족이 먹는 유일한 건강식품이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였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4년을 살았는데 사돈댁이라고  한 번도 오지 않던  엄마가 어느날 큰 통을 가지고 택시를 타고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워 보이는 통을 가져와서는 뚜껑도 못 열게 하고 시어머니께 인계를 하고 가셨다. 어머님이 큰 찜통을 가스 불에 올리고통에 든 것을 물과 함께 부었다. 그리고 한참있다가 갑자기 부엌에서 와장창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가봤더니 찜통 뚜껑이  부엌바닥에 나동그라져 있고 어머님이 도마인지 뭔지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하여튼 찜통위에 덮고 내리 누르고 계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안에는 가물치가 들어 있었고 끓는 통안에서 살아있는 가물치의 몸부림에 뚜껑이 날아간 거였다. 어쨌든 나는 죽기보다 싫었던 가물치 곤 뽀얀 물을 먹었다. 땀 뻘뻘 흘리던 엄마 생각해서.     


요리를 제대로 못하니 몸에 좋은 음식 해드리는 건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우리 먹는 일상 반찬만 만들어 드리니 참담할 따름이다. 가끔 배달음식으로 시켜먹긴하나 뭔가 푹 고아드리고, 쪄드리고 그런 걸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걱정이 있다. 일요일은 엄마가 과자랑 사탕을 자꾸 드셔서  간식으로 드린다고 애들 좋아하는 치즈 핫도그를 하나씩 데워 먹었다. 어쩐지 간식을 잘 드신다 하고  갑자기 생각하니 점심을 건너뛰었다. 내 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그 알량하게 차리는 끼니도 안 챙겨 드린거였다. 웬 과자를 자꾸 드시냐고 했던 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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