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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01. 2019

아직 손이 안 떨리니 감사합니다

오늘은 서양식 아침이다. 엄마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 빵도 잘 드신다. 빵쟁이 손녀가 어제 밤에 가져온 빵이다. 거기다가 막내가 여행가서 할머니 드시라고 사온 쨈까지 발라서 맛나게 드신다. 큰 손녀가 개발했다고 하니 종류별로 골고루 맛도 다 보셨다. 큰 손녀는   내가 못 닮은   할머니 손재주를 닮았는지 뭐든 손으로 만드는 것은 다 잘한다. 어려서부터 자수, 퀼트, 홈패션, 미니어쳐, 빵, 요리를 좋아하고 재능도 있다.  지금은 비록 초보 빵쟁이이지만 자기 재능으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거라 믿는다.

엄마는 손재주가 좋았다. 바느질을 잘해서 시어머니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한다. 비록 일찍 돌아가셔서 오래 누리지는 못했지만 큰 동서의 질투까지 받을 정도였다니 그 재능이 짐작이 간다. 비단장사를 하면서는 짜투리천으로 치마도 만들어 입고 한복뜯은 천을 재활용해서 예쁜 베갯닢과 이불도 하루저녁에 뚝딱 만들었다.

장사를 그만두고 서울에 와 계실 때는 손 놓고 노는 것을 싫어해서 성수동에 있는 가죽공장에 다니셨다. 거기서도 엄마는 실력을 인정받아 대여섯분 아주머니들 중에 사장님이 가장 중히 대접하는 여사님이었다. 수출납기 마감날이 되면 엄마는 긴급 투입되어 야간작업을 하기 일쑤였다. 재승박덕이라고 재주가 많으면 몸이 피곤한 법이어서 엄마는 그곳에서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


날씨가 더워져 아침에 7부 바지를 입으려고 꺼냈더니 작년에 맞던 바지 허리가 너무 커서 줄줄 내려간다. 아픈동안 살이 빠지면서 허리둘레가 많이 줄은 탓이다. 엄마는 바로 반짓고리를 꺼내 손으로 허리를 표시도 안나게 뚝딱 줄였다. 파킨슨의 주된 증상이 손을 떠는 것인데 엄마는 발은 끌리지만 특이하게 손은 안 떠신다. 돋보기끼고 바느질을 너끈히 하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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