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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08. 2019

엄마의 생각 회로

어제 밤에 교육을 받고 있는데 할머니 돌보미 봉사자 둘째 딸에게서 카톡이 왔다. '옥수수 사와'. 아니 철 아닌 왠 옥수수? 했다. 교육 끝나고 뒷풀이까지 하고나니 거의 10시가 되었다. 가게들은 문을 닫고 어디가야 옥수수가 있는가? 생각하는데 카톡이 왔다. '옥수수 아니 옥수수식빵' 식빵이 드시고 싶은가보다. 제과점들은 이미 문을 닫은 시각이라 그냥 들어갔다. 다행히 주무시고 계신다.

토요일이라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시계 자명종처럼 정확하게 일어나는 엄마. 세수도 않고 동네 빵집에 갔다. 옥수수식빵과 우유를 사왔다. 엄마는 그 사이를 못 참고 식탁에 있는 과자를 드시고 계신다. 약 때문에 식사시간을 챙기다보니 배꼽시계가 정확하게 울리나 보다. 참지를 못한다. 식탁에 앉기도 전에 밥부터 뜨고 앉다가 숫가락에 있는국물을 흘린다. 그래서 항상 먼저 자리에 앉으신다음 음식을 가져온다. 반찬을 먼저 차려놓으면 수저와 밥이 오기전에 손가락으로 김치나 매운 반찬을 집어드신다. 위경련 일어날까 걱정되어 싱크대에서 다 차린 다음에 한꺼번에 가져와서 차려드린다.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다보니 생각에 두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자동적이고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1과 이성적 판단이 작동하는 시스템2라고 한다. 엄마는 아마도 시스템2의 작동은 전혀 안되는 상태인 듯하다. 본능적 시스템1의 상태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내가 입에 달고 있었던 '엄마 도대체 왜 그래'라는 말이 얼마나 의미없는 짓이었는지 알겠다. 왜 그러냐는 질문이 필요없다. 엄마의 행동 그대로 보면된다. '아 저걸 하고 싶구나.' '저걸 먹고 싶었는데 국에 말고 보니 먹기 싫어졌나봐.' 라고 생각하자. 왜? 왜 그래? 이런 질문을 하지말자. 눈앞에 두면 먹고 싶으니 멀리 치워두자. 한번에 한 가지씩 지금 당장해야 할 일만 이야기하자. '엄마 오늘은 일어나 밥 먹고 씻고 옷 갈아 입고 밖에 나가자.' 라고 하면 엄마의 생각회로는 '밖에 나가고 싶다.' 라고 결정한다.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긴다. '세수, 밥, 옷갈아입기' 싫은 행동이니 건너뛰고 하고 싶은 외출만 생각하고 눈뜨자마자 외출을 시도한다. 명령어는 단계적으로 하는 게 좋다. 세수-실행, 밥-실행, 옷-실행 한 후에 '산책 갑시다' 하면 된다.

옥수수식빵과 두유, 토마토, 꽈배기, 계란 프라이로 아침을 먹고 엄마는 TV를 보고 계신다. 나의 소중한 자유시간, 책읽고 글쓰는 시간이다. TV 프로그램이 마음에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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