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삐쳤다. 아침에 한바탕하고 났더니 방문을 닫고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24시간 닫지 않는 방문을 닫고 계신다. 빼꼼이 열고 들여다보니 TV를 켜놓고 보시는지 마는지 돌아누워있다.
사단이 벌어진 건 새벽5시. 새벽이라고 하지만 낮이 길어 바깥은 벌써 환히 밝은 시간이다. 자다 깨 볼일 보시는 걸 도와드린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각인데 방에서 탁탁 소리가 난다. 날 부르는 소리가 아니고 보행기 움직이는 소리다. 나는 못 들은 척 누워있었다. 더러는 혼자도 볼일을 잘 보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쏴아~~하고 세면대 물 트는 소리가 났다. '세수까지 하고 나오실려나보네'하며 그대로 있었다. 물소리는 계속되고 급기야 샤워기 트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놀라 뛰어 들어갔다. 예감이 적중이다. 또 옷을 입은 채 샤워기로 머리를 감고 있다. 엄마 생각에는 머리에만 물을 뿌린다 생각하지만 허리를 숙이지 못하는 엄마는 옷을 입은 채 샤워를 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또 순간적으로 블라블라블라~~~한바탕 퍼부어 댔다.
상황을 수습하고도 기분이 회복되지 않아 엄마에게 말을 붙일 기분이 아니다. 젖은 옷을 빨래 통에 담고 그냥 침대로 와서 누워버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엄마가 혼자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식탁에 눈을 감고 앉아 있다. 배가 고프신 것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약을 챙겨 드리고 아침식탁을 차렸다. 그런데 엄마가 눈을 감고 밥을 드신다. 처음엔 기분을 풀어드리기도 할겸 사진도 찍으면서 장난을 걸었다. 그런데 막무가내로 눈을 감고 식사를 계속하신다. 왜 그러시냐고 몇 번을 물었더니 눈을 감은 채 조그맣게 말한다."보기 싫어서". 나도 만만치 않다. 엄마 눈을 손으로 벌려 뜨게 하고 "내가 사라져 줄께"라는 심한 말을 하고 거실 침대에 가서 벌렁 누워버렸다. 등 뒤로 보니 식사를 하고 계신다. 다 드시고 일어나는 것을 도와드리니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으신 것이다.
나는 참담한 마음으로 식탁에 앉아 엄마가 먹다 남긴 밥을 먹는다. 그리고는 말없이 내 할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순간들이 많을 것임을 알고 있다. 저지르고 반성하고 또 새로 시작하고, 끝없이 되풀이 될 여정이다. 아니 끝은 있겠지. 그래도 괜찮다.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북돋운다. 글을 쓰는 이유도 그렇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면 나는 혼잣말처럼 글을 쓸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반성이고 위로이며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