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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01. 2019

다이어터의 시장 경제학

수퍼 아저씨가 장 본 걸 배달해주고 갔다. 식탁에 내려놓으니 그득하다. 5만5천원어치다.


엄마가 만약 장 봤다면 이중 몇가지는 탈락이다. 먼저 열무김치. 400g 한 봉지에 5,300원이다. 2,000원짜리 열무 한 단 사면 이 보다 두 배는 많은 양의 김치를 담글테니까. 엄마 사전에 인건비는 없다. 평생 주부로 노력봉사하는 값은 원가에 반영되지 않는다. 재료비중 인건비가 젤 비싼건데. 나는 내 연봉을 생각해서 완제품을 사 먹는다. 휴가 하루 내서 김치하고 뭐 장만하고 하면 이는 월급으로 그거 다 살 수 있다. 회사에서 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지만 집에서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인력이다. 이런 궤변으로 나는 집안일을 피한다.


볶이 떡을 2인분에 2,750원에 샀다. 1,000 원어치 떡만 사면 4인분은 나올텐데 양념 한 봉 값이 4,000원인 셈이다. 집에 있는 고추장, 참기름, 마늘, 설탕 넣으면 되는데. 그래도 나는 1인분씩 포장된 떡볶이를 산다. 왜냐하면 분식집 가서 먹으면 1인분 2,500 으로 더 비싸고, 집에 와서 먹고 싶을 때 사오면 불어터져 맛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내 손길없이도 아들이 언제든 해먹을 수 있으니까.


돈의 가치는 각자가 다르다. 뭘 대신 투자하느냐에 따라 돈이 값을 할  때가 있고 못할 때가 있다. 경제를 잘 운영하는 것은 가진 돈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다. 나라 살림도 똑 같다. 세금을 필요한 만큼 가진 정도에 따라 거둬서 꼭 필요한 곳에 잘 배분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다. 국민이 낸 세금을 쓰는 회사에서 부서를 운영할 때도 주어진 예산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뛰어난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무능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돈 쓰고 욕 얻어 먹는 무능한 인사는 되지 말아야 한다.


매번 수퍼 가서 비싸게 물건 잔뜩 사다놓고 스스로 위안하는 개똥철학 오늘도 적어봤다.

내꺼는 오이, 당근, 도토리묵,곤약,피망,현미햇반,    엄마꺼는 가지, 호박잎,열무김치,콩국물,버섯스프, 체리,천도복숭아, 막내꺼는 맛살, 유부초밥,쌀 떡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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