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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05. 2019

우주를 주물러도 밥 한숟갈 유혹에 전전긍긍하는게 인간

누구에게나 아킬레스건은 있다

아침식사를 이렇게나 많이 했다.
고구마 1개, 닭가슴살100g, 곤약무침, 블루베리,홍초 탄 물.

그런데 찬찬히 따져보면 칼로리는 그다지 높지않다. 곤약100g에 19kcal밖에 안되는데 맛도 괜찮고 엄청 배부르다. 물론 영양가는 거의 없다. 포만감용이다. 탄수화물은 고구마, 단백질은 닭가슴살, 비타민 등 기타는 블루베리, 오이,양파로 섭취했다.

지금의 식단은 나의 탄수화물 중독 치유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쌀밥중독 치유이다. 오늘 아침에도 한우소고기를 듬뿍 썰어 넣은 미역국을 끓여 엄마 밥상을 차리며 간을 보는데 어찌나 맛나는지 밥 한 그릇 퍼서 먹을 뻔 했다. 눈물을 머금고 참으며 엄마가 다 드신후에 식탁에 앉았다.

요리하며 중간중간 줏어먹는 습관도 고치려 노력하고 있다. 막내용으로 햄을 볶다가도 하나 널름 집어먹고, 맛살을 무치다가 간 본다고 또 한두토막 집어 먹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내 마음은 명령을 내리지 않는데 음식은 어느새 내 입안에 있다. 몸이 맘을 따르지 않고 유체이탈이다. 오늘은 요리하며 아무 것도 안 집어먹었다. 미역국 간 본다고 국물 반숫갈 먹은 게 전부다. 잘했어!

김이 뽀얗게 나고 밥알이 반짝반짝하는 콩밥을 엄마께 한 그릇 담아드리고 고기가 많이 섞이게 미역국도 한그릇 퍼 드렸다. 맛있게 다 드시고 블루베리도 한 숟갈 드셨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의지력도 없이 이런 사소한 것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나 싶다가도, 인간은 한없이 위대하지만 누구나 하나씩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식탐과 게으름도 그중 하나다. 우주를 주무른다 해도 전갈 한마리에 물리면 죽는 것처럼 산다는 게 참 오묘한거다. 거창하게 국민의 복지운운하며 월급받고 일하지만 내 몸에 들어오는 음식하나 조절 못해 끙끙대는게 또 인간이다. 그렇게 또 하나 깨달으며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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