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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07. 2019

날씬하고 도도한 할머니

주말과 휴일은 밥해 먹는 다이어터에게는 악마의 터널이다. 삼시 세끼 가족의 밥상을 차리면서 맡는 밥냄새, 향긋한 과일맛, 따끈한 국물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이다. 유혹을 뚫고 터널을 지나온 휴일밤 충만한 마음으로 한 주를 마무리한다.


지난주 푸쉬업의 여파로 밥 숟갈이 안올라간다. 부끄럽게도 한복 배래살이 출렁이는 상완근이 PT 한 번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배를 붙이고도 두팔을 부르르 떨며 푸쉬업을 하던 어제의 기억이 나를 괴롭힌다. 옆으로 돌아 누울 때마다 살이 아프다. 언제 이 살이 단단한 근육이 되려나!


음식과 운동으로 살빼기를 하지만 정신에 끼어 있는 게으름과 편안함의 기름끼도 쫙 빼면 좋겠다. 보편화 하기는 어렵지만 살이 찌니까 성격이 느긋해진다. 아니, 느긋해서 살이 찌는 건가?좋은 쪽으로 하면 긍정적이고 관대하며, 친절하고 수용성이 높다. 어찌 보면 살찐 사람이 마음의 근육은 더 단단하여 웬만한 세상의 공격에도 상처받지 않는다. 마르고 단단한 사람은 성격이 성마르며 예민하다. 깐깐하고 융통성이 없다. 완벽주의자라서 남들이 부족한 걸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일방적 해석이고 근거없는 얘기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다이어트를 하며 불필요한 관계, 이해, 수용, 합리화 이런 것도 좀 버리면 어떨까?좀 더 예민하고, 까다롭고, 아무렇게나 용서하거나 수용하지 않으며, 지나치게 호의를 베풀지 않고, 솔직하게 지적하며, 어색함을 견디며 그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60년 가까이 쉬운 사람으로 살았으니 이제 어려운 사람으로 살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타입으로. 나는 츤데레 타입 좋아한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 사랑도 짝사랑을 많이 했다. 환갑이 넘으면 까칠하면서도 색깔있는 노인이 돼 봐야지. 그런 성깔에 살이 있으면 안된다. 날씬하고 도도한 할머니 멋지지 않을까?


휴일밤 엄마 챙기며 쓸데없이 소설이나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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