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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11. 2019

뿌린데로 거둔다

인과응보다! "먹었으니 무게가 늘었죠~~~" 코치는 단호하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몸무게가 다시 늘었다는 나의 주장에 코치의 간단한 답변이다. 갈 때마다 몸무게 재고 3일동안 먹은 식단을 읊어야 한다. 코치가 시키는데로 했는데...아닌가?

그제 상가집 가서 영주 기지떡이 너무 맛있어서 한 접시 먹었다. 처음엔 하나만 맛봐야지 했는데 친척들이랑 얘기하며 한시간 가량 앉아있다 일어서는데 접시가 비어있다. 다른 사람들 아무도 먹는 이가 없었는데. 결국 내가 다 먹었다는 결론이다. 운전하며 올라오는데 졸음을 쫒기위해 바밤바 아이스크림 1개, 고구마과자, 젤리까지, 생각해보니 고칼로리 식사를 한 것과 똑같다. 그래도 육개장 안 먹은게 어딘가!

어제는 점심에 알밥을 먹었다. 갈 때는 반만 먹어야지 했는데, 한참 먹다보니 잊어 먹고 이미 다 먹어 버렸다. 식욕은 참 신기하다. 공복감이 느껴져도 눈에 안보이면 별 생각없이 참을 수 있는데, 눈앞에서 먹다가 수저 내려놓기가 너무 어렵다. 날씬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어떤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부르다며 딱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롤 모델은 일 잘하는 사람도 글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음식 앞에서 절제하는 사람, 매일 매일 운동하는 사람이다. 잘 닮아서 나도 남은 생은 건강하게 멋지게 살아봐야지.

결국 어제는 1시간동안 그동안 먹은 음식의 즐거움을 상쇄하기 위한 고강도의 훈련을 했다. 칼로리 소모 많은 스쿼트 위주로. 스쿼트, 와이드스쿼트, 한 발 들고 하는 외다리 스쿼트. 다리와 허리살이 몸살을 앓고 후끈후끈해지며 찌르르하다. 코치는 엄살이라 하지만 사실이다. 외다리 스쿼트 마흔번째 마지막 엉덩이 들어올리는 건 맛있는 초밥 하나를 간장에 찍었다가 내려놓는 것과 똑같다.


결국 뿌린데로 거둔다. 생선초밥 하나는 내 허릿살을 두텁게 하고, 이를 악물고 올라오는 마지막 스쿼트는 대퇴근을 단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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