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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May 27. 2019

학부모 면담

어제 노치원 학부모 면담이 있었다. 저녁에 엄마를 모시고 온 센터 원장님이 잠깐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엄마를 거실에 앉혀놓고 원장님과 내 방에 문을 닫고 들어갔다.

엄마는 신체기능이 떨어져 있는 반면에 인지는 좋으신데 엄마의 노치원에는 신체 건장한 치매 노인분들이 많다. 엄마는 수술한 다리에 힘이 없고 파킨슨으로 발이 끌린다. 그러다보니 움직일 때마다 낙상사고를 우려한 요양보호사가 붙을 수 밖에 없다. 또 엄마는 마음만은 청춘이라 남들 하는 것은 다 하고 싶어하신다. 어르신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시면 덩달아 일어났다 앉았다 하신단다.

급기야는 화장실에 갔다 오는 길에 다리 힘이 풀려 휘청하는 바람에 받쳐주던 요양사분이 허리를 삐끗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에 대한 보호를 질투하신 치매 할머니들이 엄마를 지적질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그것도 못 하냐?' 라면서 큰소리로 야단치는 분까지 등장해서 엄마 주변이 떠들썩해진다고 한다. 말만 들어도 속상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적응해야할텐데. 원장님 말씀 뉘앙스가 계속 이러면 자기네도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퇴학을 당하는건가? 집에서 잘 알아듣게 말씀드리겠다고 자세를 한껏 낮춘다. 많이 안 움직이도록 설득하라는 뜻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데 엄마가 문을 벌컥 열었다. 보행기를 잡고 문앞에 버티고 서 계신다. 뒷담화 무서워 화장실 못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당신 얘기 하시는줄 알고서 자리를 안 떠날 기세다. 서둘러 면담을 마쳤다. 잠들기 전에 말을 이리 저리 둘러 이야기 했으나 눈치 빠른 엄마는 벌써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아는 느낌이다. 내일부터 혹시 또 풀죽어 지내는 건 아닌지 학부모 마음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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