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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May 27. 2019

엄마의 외출

할머니 하트! 할머니 브이라인!

연휴의 첫 날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바깥에 나갔더니 봄볕이 눈이 부셨습니다. 아침부터 이것저것 나물 넣고 비빔밥을 해드렸더니 많이 드셨는지 식사후 엄마는 침대에 누우셨습니다. 식곤증이 왔나봅니다. 청소하고 엄마 쉬는 동안 책을 좀 읽어야지 하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욕심에 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조심 책장을 넘깁니다. 엄마는 조그만 소리에도 금새 잠이 깨시고 잠만 깨면 딱딱딱 침대 모서리를 막대로 치십니다. 나와 약속한 신호죠. 얼른 들어가 일으켜 거실로 모시고 나옵니다.

내 맞은 편에 앉아 졸면서도 잘 눕지 않으려 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을 보여드리니 책장을 넘기시다가 "돋보기 가져온나"하십니다. 돋보기를 드려도 글씨만 가득한 책이 눈에 들어 올 턱이 없습니다. 손녀가 그린 삽화를 넘겨드리니 한 장 한 장 넘기며 보십니다.

그러다가 문득 바깥의 볕이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랑 함께 모시고 동네 까페 나들이를 나갑니다. 차도 마시고 사진도 찍고 내친김에 점심 외식도 합니다.

기분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활짝 웃는 것은 기대도 않지만 표정이 밝습니다. 손녀가 사진을 찍는데 "할머니 하트! 하면 열심히 하트 모양을 따라 만듭니다. 할머니 브이라인! 하니 내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멋진 포즈도 취합니다. 오랫만에 웃는 모습도 봤습니다. 이 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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