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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더라

우리 가족에게 가훈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거짓말을 하지 말자 이다.


이는 내가 아내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 중에 하나이며,


아이가 태어나고

대화가 가능할 때부터 우리의 1번 약속은

거짓말하지 않기라는 것을 세뇌(?)시켰다.


아이에게 우리의 첫 번째 약속이 뭐지?

라고 물으면


거짓말하지 않기


라고 구구단 외우듯이 나온다.


뉴질랜드에 아이가 왔고,

특별히 아빠가 함께 와있으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공부의 재능 있기보다는

운동에 재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이는 다행히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을 좋아한다.

근데 잘하는 건 모르겠다.

공부가 싫기 때문에 운동이 좋은 건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지만,,

그 녀석의 마음을 너무 깊숙하게 들여다보는 건

서로에게 피곤할 뿐이다.


그 녀석의 애프터 스쿨 스케줄만 봐도

골프, 하키, 테니스, 스쿼시, 리듬체조, 수영, 넷볼

얼마나 뛰어노는지 알 수 있다.


시키면서도 이래도 되나(?)라는 걱정은 든다.


뉴질랜드에 온 지 1년이 지났다.

모든 게 평온하다.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느리게

천천히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흘러가는 사소한 하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행복한 나날도 하루아침에 깨지기 마련이다.

어떤 계기가 발생하면 말이다.


뉴질랜드 학교 프로그램도

아이에게 노는 것과 마찬가지이지만

그건 담임교사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내 딸의 담임선생님은

점심에 도시락을 다 먹지 않으면 놀지 못하고

단어시험도 매주 보는 매우 아카데믹한 선생님이다.

뉴질랜드에서는 찾기 힘든 유형의 선생님인듯하다.


주로 선생님과는 이메일

그리고 반년에 1번씩 인터뷰를 통해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리고

SeeSaw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의 학습 결과물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단어 시험 5개 중 3개를 틀렸다.


알고 보니,,

매주 5~10개 정도의 단어를 공부해서

금요일마다 시험을 보고 있었다.


전혀 몰랐다…


아이 말로는 시험을 볼 때마다 아침에

살짝 공부하면 보통 다 맞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매번 학교 숙제 있냐고 물어봤을 때

당당하게 없다고 했던 딸이었다.

얼굴 표정 변화 없이 말이다.

.

.

.

.

.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한다더니..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구나..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주고

이내 다시 이성을 찾고 잘 이야기를 해줬다.


네가 단어 시험을 틀렸다고
아빠가 화를 낸 것이 아니야.

아빠가 숙제 있냐고 물어볼 때마다
너는 거짓말을 했어.

그건 아주 잘못된 행동이야.
앞으로 잘하자.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려는 딸의 저지가 안 보인다.


딸아~ 옷 어딨니?


그거 어제 없어졌어.


꺄악사ㅓㅜㅏ너우라ㅓㅇ누러ㅗㅠㄴㅇㄹ


그걸 왜 지금말해?

말하면 혼날 거 같았어.


학교에 늦을 거 같았지만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거짓말하면 혼나는 거 맞아.

근데
뭐 잃어버리거나
문제가 생겨서
말하는 것은
혼나는 거 아니야.

문제는 생기면 해결하면 되는 거야.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같이 해결하면
더 쉽게 되는 일들이 많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빠나 엄마가 함께할 거야.

알겠니?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나 아빠한테
항상 먼저 말해줘,,


넹~

네도 아니다..

넹~하면서 스쿠터를 힘차게 타고 떠난다..


한국에 가면 치과 좀 가봐야겠다.

점점 이를 나도 모르게 꽉 무는 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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