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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치과 맛집

전공을 바꿨어야 했나,,

아이의 이가 옥수수 떨어지듯 빠질 시기에

해외에 살게 되었다.

오기 전에는 이런 부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니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서는 월 1회 치과에 다니면서 나름 관리를

잘해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로 오기 전 치과에 들려 점검 및 불소를

한 것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에선 자연스럽게 이가 흔들릴 때면 아이가

스스로 뺀 적도 있었고,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아이들 보다는 트레이닝이 된 우리 아이는

어렵지 않게 치과에서 발치를 하곤 했다.



뉴질랜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의 이빨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에 치료한 부분이 떨어진 부분도 있고

흔들리는 이도 나타났다.


시티에 있는 치과 한 곳을 추천받아서

오후에 학교에 있는 아이를 일찍 픽업했다.

나쁘지 않게 치료를 모두 마쳤다.


이빨 두 개 치료하는데 $250 정도가 나왔다.

정신이 번쩍.


이빨을 뽑는데도 한국돈으로 1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다.

정신이 다시 번쩍..


어쩌지 아이 이빨을 뽑아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보니 이빨을 실로 묶어 이마를 뽝!

하면 빠지던데,,

근데,, 그 흔한 실도 가져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흔들리는 이빨 때문에 이제 아이가

밥을 먹기도 힘들다고 울상이다.

때가 왔다..


그냥 치과 가서 10만원 주고 뽑을까도 생각했지만,

당장 내일 가서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빨라도 1주일 후에나 예약을 잡을 수 있다.


이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나다.

무한 사명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아이의 이를 뽑을 준비를 한다.

실이 없으니 치실로 한번 해보자.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이번에 뺄 이는 송곳니이다.

치실로 고리를 만들어 묶으려고 해도

송곳니라 뾰족한 부분으로 흘러나온다.

내가 서툴고 실패할수록 아이의 공포는 커진다.


실패

또 실패

또또 실패


아이의 공포심이 무뎌질 정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이빨이 빠졌다.

중간에 맥가이버툴에 있는 집게(?)로도

해보고 별짓을 다했는데

결국 내가 이빨을 손으로 잡고 아이아 함께


"영차 영차 영차"


하면서 이빨을 흔들다 툭하고 빠졌다.


우리는 영차 영차를 하면서 서로에게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 주고받기도 하였다.


처음이 어렵다고 했던가

무려 5개의 이빨을 1년 사이에 뽑았다.

그것도 난이도가 있는 송곳니 4개..


검색해 보니 발치겸자라는 것이 있더라.

치과에서 많이 보던 것인데..

(발치에 자신 없는 분들은 이걸 유학 준비물에,,)


전공을 바꿨어야 하나..

(내가 바꾼다고 의사가 되니)


빠진 이들은 본의 아니게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붕 위로 던지면 까치가 물고 가서

새이를 준다고 했던가..

뉴질랜드에서는 베개밑에 두고 자면

이빨요정이 가져간다나..


모아진 이를 보며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그리고 여전히 두렵다.


뉴질랜드 치과 맛집.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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