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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Aug 09. 2022

연봉 3천이랑 세후 월 300이 어떻게 같나요

새로 채용한 직원이 제시한 희망 연봉은 3,000만 원 이상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기능사 자격을 취득했고, 1년 남짓 쪼개진 경력들을 제외하면 이전 직장에서 4년 정도 근무한 게 주요 경력이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직무와 관련된 경력은 아니었지만 나이가 어린 편이라 알려주면서 일을 배우게 하면 될 것 같았다. 나이가 더 많은 경력직 직원 연봉이 4,000만 원 정도였기에, 신규 직원 연봉은 그 이하 수준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장 반장님이 면접을 보면서 직원에게 통보한 연봉은 '세후 월 300만 원'이었다. 반장님은 뭔가 특별한 것을 본 걸까? 세후 월 300만 원은 어떻게 나온 걸까? 




먼저 세후 월 300만 원의 의미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체결할 때는 세전으로 적기 마련이다. 회사는 근로자가 받는 실수령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국민연금 절반을 같이 부담하고 있고, 각종 사회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 



세후 월 300만 원은 무슨 뜻일까?


'세금을 공제한 후'라는 의미면 '소득세'와 같은 세금만 납부하고 난 후의 금액을 말하는 걸까? 아니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연금 및 보험료를 공제하고 난 후의 금액까지 같이 말하는 걸까? 국민연금은 사실 직원 본인이 나중에 돌려받게 되는 금액인데, 게다가 본인의 연봉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나머지 절반을 회사가 같이 내고 있는데. 직원이 말한 '세후'라는 의미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연봉 계약서를 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금액으로는 표현법이 모호한 점이 있다. 


세후 300만 원을 월 실 수령하기 위해서는(이게 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을 공제하고 난 금액이라고 포괄적으로 이해했을 때), 대략 4200만 원의 연봉이 계산된다. 우리 회사가 채용공고에 적은 연봉이 '3,000만 원 이상'이었으니 그보다 40%가량 더 높은 연봉이 되는 셈이다. 




연봉 3,000만 원의 월 실수령액

네이버 연봉계산기




연봉 4,200만 원의 월 실수령액

네이버 연봉계산기








현장 반장님께 설명드렸다. 세후 월 300만 원은 연봉으로 환산하면 4,200만 원 정도가 된다고 말이다. 현장 반장님은 세후 월 300만 원과 연봉 3,000만 원이 '대충'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으셨다. 대충 비슷하다니... 경영지원실 입장으로서는 정말 난감한 반응이었다.




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 누구보다 내 연봉 표를 꼼꼼하게 뜯어보는 사람이었다. 당장 내 손안에 떨어지는 금액은 '실수령액'이지만, 내가 소득에 따라 납부한 국민연금, 회사가 내주고 있는 국민연금의 크기를 항상 생각했다. 직장가입자로 서 누리는 건강보험료, 불시에 해고를 당했을 경우 나를 지켜줄 고용보험 등. 이건 사실 다 내 것이 아닌가. 또한 월급봉투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늘어나는 퇴직금도 있다. 대략 한 달치 월급의 10%가량이 매달 쌓이고 있었다. 







중소기업에 오고 놀라웠던 점은 본인의 연봉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다. 본인의 통장에 찍히는 금액(실수령액) X 12개월이 연봉인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직 제안이 왔을 때,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줄 알고 갔다가 실수령액을 보고 여기보다 더 적은 연봉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그래서 다시 받아달라고 돌아온 직원들이 종종 있었다. 




경영지원실 직원으로서 앞으로 직원 채용 시 연봉과 관련된 교육도 함께 진행하는 걸로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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