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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Apr 26. 2021

<주택살이 꿈나무> 전원주택이어야만 하는 이유

나는 24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자가면역질환을 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째, 아직도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만큼 약간의 증상을 가진 채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거스르며 살면 아프게 된다는 걸 병을 앓으며 차츰 깨달아갔다.
원인모를 병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내 몸에 부담을 주고, 순리에 거스르며 사는 방식이 지금의 병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순리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정기진료의 텀이 1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바뀔만큼 회복이 됐고,

그렇게 사는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다 보니 그 정점이 전원주택이 됐다.


 

우리집 냉장고의 못생긴 유기농 토마토



처음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유기농 먹거리였다.
 인위적인 농약 범벅으로 때깔 곱게 상품화되어 나온 채소가 아니라 온전히 자연의 에너지만으로 크는 유기농 채소들,
 온갖 항생제와 바둑판같은 사육장에서 억지로 쥐어짜 내 만들어진 축산물이 아닌 행복하게 크는 동물들로부터 얻어지는 것들.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질병에 걸리는데 동물이라고 다를까.

그렇게 불행하게 생명만 부지한 채로 인간에게 주는 것들이 결코 우리 몸에 좋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집 설거지 담당 진짜'식물' 수세미



그다음은 소모품들이었다. 자연에 기대어 살 때 건강한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데, 내가 쓰는 물건들이 그 자연을 망가뜨리게 되면 결국은 내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제로 웨이스트를 접하기 시작했다. 완전한 제로 웨이스트는 아니지만 쓰는 물건들이 버려졌을 때, ‘식물’ 수세미, 거품 없는 미네랄 세제와 비누같이 다시 환경으로 돌아가는데 부담이 없는 것들로 물건들을 채우기 시작했다.



3개가 모이면 용기를 수거해 재사용하는, 거품없는 미네랄 세제 -이런 시스템 너무 좋다!!-





그리고 나니 주거가 보였다. 나의 가족들도 자연에 기대어, 자연이 주는 것들에 충만한 기쁨을 누리며 살기를 바랐다. 잔디를 밟고, 텃밭을 가꾸어 수확해 먹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는 기쁨을 얻는 것,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랐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에, 혹은 쉬고 싶을 때는 산으로 바다로 자연을 찾아다니지만,

 그것보다는 매일의 하루를 마무리할 때 자연이 주는 쉼을 누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주택에 살고 싶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자연재해였다.
몇 년 전, 내가 사는 곳에 지진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다. 일생에서 처음 겪는 큰 지진이었는데 당시 아파트 고층에 살던 나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왔었다. 땅을 밟고 있을 때보다 고층에 있을 때 지진은 훨씬 위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맞은편 아파트가 흔들거리는 게 보일 정도였고 제대로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흔들렸는데 땅을 접 밟고 있을 때의 작은 진동도 고층에 있으니 그 파동이 훨씬 커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커다랗게 닥쳐왔다. 당시 갓난쟁이였던 아이를 안고 계단을 뛰어내려와서 며칠을 집에 못 들어가고 차와 친척집을 전전하며 지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후로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굳어졌던 것 같다.

마지막은 아이들이었다. 앞서도 말했으니 길게는 적지 않겠지만 자유롭게 놀고 싶은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우리에게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꽤 제한적인 공간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결국 우리를 부동산으로 안내하게 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가만히 앉아있었으면 집값이 훨씬 올랐을 걸, 안 해도 될 고생 사서 한다


 

이런 쓴소리를 들어도 이제는 마음이 딱히 상하지 않는 것은

안 해도 될 고생보다, 훨씬 올랐을 집값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을 얻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고로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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